[제주농업의 활로를 찾는다/대안산업 녹차](5)제주녹차의 가능성

[제주농업의 활로를 찾는다/대안산업 녹차](5)제주녹차의 가능성
농가들 여전히 불안…정책의지 절실
  • 입력 : 2005. 10.25(화) 00:00
  •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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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째를 맞은 국제차문화축제. 이번 축제는 제주를 차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개방되면 배트남·인도네시아 위협적

일본 수입관세 철폐후에도 안정성장

육묘대책·가공시설 등 지원 대책 시급


 제주녹차가 유망한 작목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지리적·환경적 요인에서 제주가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농가들은 여전히 “녹차를 재배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 면적의 감귤폐원지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으며 농가들은 폐원지에 무엇을 심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제주녹차는 관세철폐라는 개방의 파고속에서 대량의 수입산과 경쟁하고 국내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다퉈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 외국산 위협

 우리나라의 녹차 공급량은 지난 1991년 5백22톤에서 2003년 현재 1천9백10톤으로 약 3배 정도 늘어났으며 매년 두자리 숫자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정보시장연구소 오산원 박사는 “우리나라 녹차산업은 높은 관세로 보호되고 있으며 실제 수입량이 2003년 현재 1백24톤으로 국내 공급량의 약 6.5%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차는 UR 협상결과에 따라 1995년부터 수입이 이뤄지고 있으나 시장접근물량 이상의 물량에 대해 513.6%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어 본격적인 수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원산업(주)의 김영걸 상무는 “개방이 되면 이미 시장에 노출돼 있는 중국산 보다 오히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2004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차 재배면적은 각각 12만ha, 9만9천ha에 이른다. 생산량은 각각 16만톤, 9만5천톤. 이 중에서 녹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도네시아가 약 25%, 베트남이 40%를 상회하고 있다.

 김 상무는 “최근 홍차가 세계적으로 공급과잉되면서 차 주산지인 아시아 국가들이 녹차로 전환하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은 녹차 재배를 위해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국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어 더욱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전체 생산량 77만톤 가운데 약 75%가 녹차다. 중국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60% 정도를 자국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40%를 수출하는데 전체 차 수출량 40만톤 가운데 녹차가 16만톤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유럽, 최근에는 중동지역으로까지 수출하고 있다.

 #녹차는 성장작목인가

 농업을 가격으로만 경쟁하자면 물량 공세를 하고 있는 후진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 등 녹차 주 소비국에 비해 아직 녹차의 맛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서 있지 않아 저가 수입산이 밀려 들어올 경우 국내 녹차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수입관세가 20%밖에 안될 정도로 이미 개방돼 있으면서도 맛과 품질, 높은 소비수준, 끊임없는 품종연구 등으로 녹차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제주 역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값싼 외국산 녹차가 밀려와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일본의 가고시마 다업을 본보기로 삼아 장점들을 수용하는 영농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녹차산업은 기계화와 집단화, 규모화, 생산비 절감, 안전성, 친환경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녹차업계의 거의 일치된 견해다.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녹차산업은 개별농가가 부업형태로 경영하기 어렵고, 다원 조성초기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정책방향과 의지가 절대적인 필수조건이다. 녹차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정책적인 방향의 설정과 기반조성, 육묘대책 및 가공시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재배농민을 대상으로 다원을 조성하기 전 체계적인 교육과 적극적인 홍보를 실시해 적지에 좋은 다원이 조성되도록 재배농가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행정당국의 노력도 요구된다.

 연구지도기관은 전용 유기질비료 개발, 생물 및 대체농약사용 등 친환경 고품질 농법을 개발 보급해야 한다. 농가는 재배조건과 친환경농업 실천사항을 준수하는 등 모든 농가가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고급차와 값싼 수입차와의 시장 차별화를 이룩해내기 위해서는 생산 농가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하고 생존을 위한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작목별 전문조직을 육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현재와 같은 생산자 단체로는 녹차산업을 육성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자단체를 법인화하고 점차 전문작목 조합으로 육성시킬 대책이 요구된다. <끝>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인터뷰]‘설록차’ 장원산업 김영걸 상무

“국내 녹차 메카 가능성 조기수확 규모화 해야”


 장원산업(주)의 김영걸 상무는 녹차 명품 ‘설록차’ 생산의 주역이다. 장원산업은 80년대 초반부터 도순, 서광서리, 한남 등에 다원을 운영, ‘설록차’를 생산해 내고 있는 국내 최대 녹차생산 기업. 장원은 제주녹차를 ‘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다. 장원은 제주에 45만평(식재면적 기준)을 비롯해 강진 10만여평, 중국에도 17만여평의 다원을 조성해 운영중에 있다.

 녹차업계에서는 김 상무 만큼 국내 녹차시장과 세계 차(茶)산업의 전망 등에 대한 국제적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고 평가한다.

 김 상무는 지난달에는 세계 차 재배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 다원과 유통, 국제간 거래 동향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최근 한국 정부의 강력한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의사를 감안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부터 잎차 형태의 녹차가 대량 유입될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 상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녹차산업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향후 녹차 소비량의 증가분을 고려한다면 녹차의 공급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녹차재배는 다른 작목보다 수익성이 높고 산업의 특성상 1차산업인 농업뿐만 아니라 2차산업, 3차산업까지 이어져서 수익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녹차의 영농과 그 산업에 대한 투자가치와 발전성은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도 제주 녹차산업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한다. 김 상무는 “녹차산업에서는 수확시기가 농산물의 중요한 가격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조기에 수확해 시장주도권을 선점하는 것이 제주녹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제주에서 ‘신차’를 가장 먼저 출하한다면 보성, 화개에 비해 10∼20일 정도 조기에 시장에 선보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조생종으로 승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조생종 생산체계 이외에도 “제주녹차 경쟁력의 키포인트는 기계화와 규모화, 집단화를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대와 생산비 절감, 안전성”이라며 “농가와 당국이 힘을 합쳐 이러한 생산기반을 갖춘다면 제주녹차는 국내 최고의 메카로 발전할 수 있으며 외국산과도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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