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55) 고태명 4·3후유장애인협회장

[토요일에 만난 사람](55) 고태명 4·3후유장애인협회장
"진상규명·명예회복이 더 중요"
  • 입력 : 2007. 08.18(토) 00:00
  • /강봄기자 b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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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명 회장은 4·3당시 입었던 부상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희생자'로 인정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지금도 4·3당시 총상·고문 후유증
"'희생자' 인정 만이 피해자 恨 치유"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원금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그저 희생자(후유장애자)로 인정받고 싶을 뿐입니다."

4·3희생자(후유장애자) 재심의와 관련, 제주4·3후유장애인협회 고태명 회장(76)은 '불인정자'들의 작지만 큰 소망을 이같이 말했다.

고 회장 또한 제주4·3사건 당시 입었던 총상과 심한 고문 등으로 인해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4·3 당시 17살이던 고 회장은 경찰이 쏜 총에 왼쪽 다리를 관통하는 부상을 당했고 그로인해 지금껏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고 회장은 당시 제주경찰서로 끌려가 20여일 동안 구타에 전기 고문까지 당하는 등 심한 외상을 입어 아직도 등과 엉덩이에는 그때 구타당했던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다. 그 때문에 고 회장은 고통을 덜어보려고 4·3발생 70년이 다 된 현재까지 진통제를 복용하고 물리치료를 받는 형편이다.

자신처럼 4·3 당시 입었던 부상 등으로 인해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희생자(후유장애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고 회장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와 4·3중앙위원회에 재심의 신청서를 접수한 사람은 59명. 이 가운데 의료지원금 소액 지급을 이유로 재심의 신청한 자를 제외하고 후유증을 인정받지 못해 재신청한 자는 19명이다.

고 회장은 2000년과 2004년 심사 당시 이들이 희생자(후유장애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밀검사가 다각적으로, 사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게 의료지원금은 부차적인 문제다. 4·3사건의 진상규명은 물론 '희생자'라는 명예회복이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번 재심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반드시 '희생자(후유장애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만큼 4·3으로 인해 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희생자들의 소망은 절실하다. 만약 이번 재심의 과정에서 또다시 제외된 뒤 죽고 나면 현행 4·3특별법이 규정하는 '희생자(후유장애자)' 범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재심의가 행정자치부에서 이뤄지는 만큼 후유증에 시달리는 고령자들이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서울로 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심의위원들이 직접 자신들을 찾아와 재심의 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75세 이상의 고령들인데 앞으로 살아봤자 얼마나 살겠습니까. 성한 몸도 아닌데. 기껏해야 5년 정도일 겁니다. 의료지원금은 안 받아도 됩니다. 단지 '4·3 희생자'라는 것만 인정해 달라는 겁니다. 그래야 죽어서도 편히 눈 감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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