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15)최인호 제주시청 수영부 감독

[이 사람이 사는 법](15)최인호 제주시청 수영부 감독
변방 머물던 제주수영 전국에 빛내다
  • 입력 : 2009. 04.18(토) 00:00
  • 한국현 기자 khha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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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감독(사진 가운데)이 17일 제주시 외도수영장에서 훈련에 앞서 잠시 짬을 내 자신이 지도하는 제주시청 수영부 선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승철기자

무명선수들 조련 국가대표로 키워내
"제주토박이 전성시대 만드는게 소원"


얼굴은 잘 생겼으나 조금은 독해 보였다. 덩치가 커서 그런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랬다. 그와 만나서 한 두마디 이야기를 나눌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다만 독하다는 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근성' 또는 '배짱'이라고나 할까. 성질이 독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주시청 수영부 최인호(46) 감독. 그를 만나 그가 풀어 놓는 삶의 이야기를 듣고, 선수들을 조련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가 왜 독해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제주수영에 대한 열정이 그를 독하게 만들었고, 결과는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팀의 전국규모 대회 우승과 제자의 국가대표 발탁으로 이어졌다.

그 역시 수영을 했다. 대정초·중·고교 시절 수영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도내 대회는 거의 석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대회 성적은 시원치 않아 4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가 선수시절 이루지 못했던 전국대회 금메달은 제주시청 수영부가 이어가고 있다. 그가 캐내지 못한 전국대회 금메달을 제자들이, 그것도 무더기로 따내고 있다. 제자들이 전국대회에서 '금빛 물살'을 가를 때마다 그는 자신이 우승한 것 처럼 기뻐한다.

제주에서 수영선수를 했거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수영인들은 그를 타고난 조련사라고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무명선수를 훈련시켜 유명선수로 키우는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그가 길러낸 대표적인 선수는 이순영(20). 그는 지난 2007년 2월 광주체고를 졸업한 이순영을 데려왔다. 이순영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전국의 실업팀에서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선수. 그러나 그는 과감하게 이순영을 선택했다. 장래성을 본 것이다. 이순영은 그의 지도로 기량이 일취월장, 제주시청 입단 첫 해에 각종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팀의 간판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는 한국신기록(접영 50m)을 세우며 태극마크도 달았다. 제주시청의 나머지 선수 5명도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고 있다.

그가 제주시청 수영부와 인연을 맺은 해는 1998년. 제주대를 졸업하고 제주교대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대학 교수의 꿈을 꾸고 있던 그를 도내 수영계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도체육회 순회코치를 거쳐 남녕고에서 후배들을 지도할 때 제주시청이 '러브 콜'을 보내왔다. 당시는 제주수영이 변방에 머물러 있을 때다.

그는 제주시청 감독직을 흔쾌히 수락했고, 이듬해인 1999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03년 전국체전 때는 금메달 6개를 캐내며 도내 수영인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그가 지도하고 있는 수영선수 6명 가운데 '제주 토박이'는 달랑 1명 뿐이다. 그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선수 연계 육성으로 제주 토박이들이 전국대회에서 금메달도 따고 국가대표도 되는 것이다. 그의 열정이라면 그날은 얼마남지 않은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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