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19)'해피 사운드' 이경식 회장

[이 사람이 사는 법](19)'해피 사운드' 이경식 회장
"행복한 소리로 감미로운 나눔"
  • 입력 : 2009. 05.23(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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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해피 사운드 색소폰 동호회' 이경식 회장은 좋아하는 악기를 배우면서 어려운 이웃과 음악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사진=강희만기자

지난해 2월 결성 서귀포 색소폰 동호회
평균 연령 60세 '인생 2막'의 사랑 실천


색소폰은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색소폰도 그윽하고, 촉촉하고, 화려하고, 감미로운 음색을 지녔다.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소리를 품고 있는지 모른다. 풍부한 음색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색소폰. 45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퇴임한 이경식(64·서귀포시 중앙동)씨는 색소폰으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이다. 지난해 2월 결성된 '서귀포 해피 사운드 색소폰 동호회'회장을 맡고 있다.

"색소폰을 한번도 연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서 색소폰을 알게 되었는데, 하루하루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금빛 악기를 손에 든 이경식 회장의 얼굴에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해피 사운드 색소폰 동호회' 회원은 15명이다.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들로 평균 연령이 60세쯤 된다. 제주 토박이보다 서귀포가 좋아 이곳에 정착한 회원들의 숫자가 더 많다.

이경식 회장처럼 회원들은 대부분 색소폰 초보자다. 두어달은 소리를 내는 것부터 배워야 했다. 악기를 익히는 과정이 간단치 않았다. '사부님'으로 불리는 김일형씨가 무료로 이들을 지도하며 하나둘 실력이 늘었다. 회원들은 지난해 8월 대정읍 무릉문화의집에서 열린 '가족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사랑 나눔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성요셉요양원, 성이시돌요양원을 찾아 외로운 노인들에게 따스한 선율을 전했다. 색소폰을 통해 행복한 소리를 널리 퍼뜨리겠다는 뜻으로 동호회 이름을 지은 이유가 짐작이 간다.

이 회장은 일요일마다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연습실로 향한다. 주말이 다가오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는 그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날 하루는 '해피 사운드'를 위해 시간을 비워둔다. 자녀 이야기, 돈버는 이야기 등 자칫 상대를 저울질할 수 있는 대화는 이들 모임에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색소폰과 음악 이야기 뿐이다. 이경식 회장은 물론이고 회원들은 한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직장에서 청춘을 보냈거나 그런 직업을 갖고 있다. 누구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앞만보고 달려온 회원들은 이제 가장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색소폰으로 못다한 꿈을 연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는 이경식 회장은 각기 다른 음을 내던 색소폰이 합주를 통해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음악을 빚어낼 때 느끼는 감동이 크다고 했다. 그가 색소폰에 빠져드는 이유다. 그것은 마치 사람살이를 닮았다. 인생의 거친 파고를 넘으면서 혼자보다 여럿일 때 힘이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는 숲속 작은 음악회, 섬 방문 연주회, 효도 연주회, 관광객을 위한 연주회 등 올 한해 남아있는 연주 일정표를 보여줬다. '해피 사운드'는 한달에 한번꼴로 무대를 짜놓고 있었다.

"좋아하는 악기를 배우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지금처럼 회원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행복한 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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