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5)선흘1리

[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5)선흘1리
제주 생태계의 곳간이자 비극의 현대사 상징 공간
  • 입력 : 2010. 02.04(목)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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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생태자원의 곳간이자 제주현대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선흘1리. 눈쌓인 동백동산 연못(사진 위)의 겨울 풍경과 마을 주민들의 신앙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포제단.

선흘곶자왈과 낙선동성 등 생태·역사 자원 풍부
마을 내부 연계한 순환형 답사코스 개발 바람직

선흘1리는 제주 생태자원의 곳간이자 제주현대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마을중의 하나이다. 이 마을은 조선 중엽에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해서 조선 후기에는 조정에 진상하는 귤 재배의 중심 마을이었다. 과거급제자 등 관리를 많이 배출하면서 양반촌으로 일컬어져 왔다. 뚜렷한 고고 역사유적은 없는 대신 생태자원과 4·3유적 등을 통해 세계유산 제주의 자연과 역사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을이다.

우선 이 마을은 선흘곶자왈을 중심으로 동백동산(제주도기념물 제10호)과 백서향 및 변산일엽군락지(제주도기념물제18호)가 위치해 있으며, 2009년 복원된 4·3유적인 낙선동성이 있다. 선흘곶자왈로 대변되는 생태자원과 4·3의 비극을 엿볼 수 있는 대표 유적인 낙선동성은 이 마을을 상징하는 자원들이다. 선흘1리가 제주도내 여타 다른 마을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바로 이처럼 생태·역사자원이 뚜렷하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선흘1리는 에코투어리즘과 다크투어리즘을 체험할 수 있는 핵심마을로 발전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자원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선흘곶자왈은 폭이 1~2km, 길이는 7km 정도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남한 최대 규모의 상록활엽수림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선흘곶자왈을 두고 제주의 허파로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흘곶자왈은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곶자왈지대와 이곳에서 숨쉬는 동식물은 제주 화산지질과 생태자원을 이해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제주도기념물 제10호인 동백동산.

선흘곶자왈지대에는 동백동산 이외에 먼물깍, 반못 등 용암대지 위에 형성된 습지가 발달해 있다. 이들 습지는 연중 물이 풍부해 상수도가 개설되기 전까지는 지역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선흘곶자왈을 찾는 사람들의 생태탐방코스이자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마을의 역사문화자원으로는 낙선동성을 비롯 4·3유적이자 용암동굴을 체험할 수 있는 목시물굴, 대섭이굴 등이 있다. 이들 유적지들은 제주현대사를 이해하려는 답사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일뤠할망당을 비롯 포제단과 마을 본향당 등 주민들의 신앙세계와 관련된 신당 또한 잘 남아있다.

하지만 이처럼 풍부한 생태·역사자원을 갖추고 있지만 마을과 연계되지 않다보니 실제로 주민들의 만족도와 체감정도는 미약한 편이다.

그 이유중의 하나로 선흘곶자왈 탐방코스 입구는 마을과는 다소 떨어져 있고, 출구 또한 정반대 방향으로 나있다. 때문에 탐방객들의 순환이 되지 않는다. 탐방객들은 선흘곶자왈을 둘러본 후에 마을안길을 거치지 않고 대부분 그냥 떠나버리는 실정이다. 낙선동성을 찾은 탐방객들 역시 마을을 찾는 예는 드물다. 마을에는 4·3때 불타버렸다가 다시 새롭게 자라난 '불칸낭'을 비롯 신당과 습지 등 다양한 자원이 있다. 마을의 중요한 자원이면서도 마을과는 따로노는 셈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마을의 역사자원과 생태지질자원을 탐방하고 마을경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답사코스를 새롭게 구상할 필요성이 있다.

즉 낙선동 성터를 출발해서 이사무소 비석거리를 거쳐 선흘곶자왈 입구를 통해 진입한 후 먼물깍 등 습지 등을 둘러보고, 마을 내부의 자원과 골목길 등을 거치는 순환형 답사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이 코스는 제주역사와 생태지질자원을 체험할 수 있을뿐 아니라 마을의 고유경관과 정취까지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김기홍 이장도 "탐방객들이 마을을 둘러볼 수 있도록 선흘곶자왈 코스를 순환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홍 선흘1리장 "유산마을로써 많은 장점, 당국의 관심과 지원 필요"

"선흘곶자왈과 동백동산 및 4·3유적이 자리한 선흘1리는 세계자연유산마을로써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 올해 환경부에 의해 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되는 등 전국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유산마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홍 이장은 세계유산마을이자 생태우수마을로써 주민들의 인식도 차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달라진 면을 소개했다.

사실 이 마을 주민들은 처음에 동백동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목록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유산마을로써 인식하고 있고, 스스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김 이장의 설명이다.

일례로 김 이장은 "마을 주민들은 알밤오름과 뱅뒤굴 동백동산 낙선동성 등을 연결하는 활용방안을 마련하는데 관심이 많으며,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고 체류시설 등을 통해 주민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있도록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마을 자체적으로 계획수립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마을 탐방객들이 숲길 걷기 등을 통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등 쉬어갈 수 있도록 하고, 10곳 이상 되는 봉천수를 복원 정비해서 마을 자원과 연계할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알밤오름 등반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주민들 자체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또한 "선흘1리는 오폐수처리를 위한 하수관거 시설이 전혀 안돼 있고, 호우시마다 도로가 물에 잠겨 통행불편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저류조시설 설치 등 개선책을 통해 유산마을로써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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