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 살암수과]삼양검은모래해변서 만난 고정자씨

[어떵 살암수과]삼양검은모래해변서 만난 고정자씨
"검은 모래와 이열치열 여름을 나요"
  • 입력 : 2010. 08.05(목) 00:00
  • 문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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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시 삼양검은모래해변은 물놀이로 무더위를 날리는 이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해변 한켠에선 시원한 물놀이 대신 퇴약볕 아래서 삼복더위를 나는 이들이 있다. 이열치열이 따로 없다.

스무 명 남짓이 강한 햇볕에 뜨거워질대로 뜨거워져 맨발로 걷기 힘들 정도의 검은모래를 온몸에 덮고 누워 있다. 얼굴만 빼곡하게 모래 위로 내밀고 우산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렸다. 해변의 검은모래 찜질장의 풍경이다.

그 곳에서 고정자(60·제주시 삼양1동)씨를 만났다. 삼복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이맘때가 일년 중 가장 바쁘다는 그녀는 전국에서 검은모래찜질을 위해 해변을 찾아오는 이들을 돕고 있다.

삼양에서 태어나 결혼 후에도 줄곧 고향에서 살아온 그녀가 이 일을 한 지도 어느새 40년이다. 친정어머니 전홍심(82)씨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을 했었다. 손님들이 눕기 좋게 모래를 파내 골을 만들고 모래를 온몸에 덮어주는 게 그녀의 몫이다. 수고비로 손님들에게 하루 1만원씩을 받는다. 삽으로 모래구덩이를 파내는 등 보기보단 일이 만만치 않아 남동생과 며느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요즘 그녀의 하루는 오전 7시 해변으로 나와 모래바닥에 드러눕기 좋게 주변을 정리하는 일로 시작된다. 모래찜질을 하러 오는 손님맞이 준비인 셈이다.

"삼양해변의 검은모래 찜질이 관절염은 물론 신경통,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일부터 찾아오는 이유겠지요. 모래 입자가 미세해 부드럽고, 모래에 철분성분이 많다고 해요."

모래찜질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햇볕이 좋은 한낮이다. 손님들이 얇은 광목옷으로 갈아입고 모래바닥에 드러누우면 고씨가 모래를 이불처럼 골고루 덮어준다. 따끈따끈한 온돌방에 누워 모래이불을 덮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래이불을 덮고 몇 분이 흘렀을까. 온 몸이 금세 후끈 달아오르면서 손님들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이 땀과 함께 배출된다. 검은모래찜질은 그렇게 20~30분쯤 누워있으면 충분하다.

"손님들은 60대 이상인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수 십 년 이 일을 하다 보니 해마다 찾아오시는 단골 손님도 여럿이에요. 모래찜질을 한 차례 하고 나서 쉬었다가 다시 반복하면서 하루에 서 너 차례 찜질을 하지요."

검은 모래를 잠시 빠져나와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세상사는 이야기꽃을 피우고, 준비해온 음식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삼양해변의 검은모래 찜질은 일본에서도 입소문을 타 유명하다. 해마다 재일동포 등 20~30여명이 찾아온다고 했다.

"친정어머니가 그랬듯 기력이 떨어질 때까진 이 일을 할 생각이에요. 삼양검은모래로 찜질하면 한 겨울에도 감기치레없이 날 수 있답니다." 삼복더위를 사냥하며 여름을 나는 그녀의 마지막 인사가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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