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인 고호준 한경면 산양리장은 "제주에 구제역이 오면 끝장 난다"며 "자식같은 소를 구제역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이웃과 가족들의 출입까지 막은 채 방역에 총력을 기을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철기자
매일 축사소독 24시간 노심초사 "청정제주 위해 차단 방역 총력" 관계 공무원 노고에 감사 표시도
"제주에 구제역이 오면 끝장납니다. 노루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1주일이면 모든 축산농가가 전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제역은 꼭 막아내야 합니다."
최근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국 6개 시·도 39개 시·군·구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구제역이 위기경보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인 제주자치도 축산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매서운 한파마저 몰아친 지난 11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 위치한 고호준(48) 산양리장은 자식같은 소를 구제역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이웃과 가족들의 출입까지 막은 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해 11월부터 자체방역을 강화하기 시작한 고 이장은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에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축사소독을 했는데, 이제는 매일 축사를 돌며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또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면서 소를 관찰했는데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소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구제역은 고 이장을 비롯한 제주지역 축산농가들의 생활패턴도 변하게 만들었다.
고 이장은 "다른 동네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축사관리를 끝내면 다른축사를 찾아가 서로 정보를 공유했었는데, 이제는 서로 전화상으로 안부를 묻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또 "모든 행사에 축산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교류가 힘들다. 누가 찾아오면 소독약부터 건네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취재도중 소 200여 마리가 모여있는 축사단지 입구에 지나가던 렌터카 차량이 잠시 멈춰서자 고씨는 고함을 지르며 차량이동을 요구했다.
고 이장은 운전사에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시요. 제주는 아직 구제역 청정지역이니까 다른 지방사람들의 농장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고 이장을 따라 축사쪽으로 다가가자 축사입구에 설치된 자동소독장치 옆에는 '방역상 출입 금지'라는 경고문이 내걸려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축사 안에는 200여 마리가 고개를 내밀며 아무것도 모른 채 큰 두 눈만 껌뻑거렸다.
고 이장은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는데 소는 아프다고 말도 못한다. 나중에 만약 잘못돼서 살처분한다고 하면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냐"며 축사에서 눈길을 돌렸다.
고 이장은 취재기자와 함께 축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면서 "제주는 그나마 낫습니다. 다른 육지부 축산농가는 정말 어렵습니다. 지금쯤이면 우시장에서 송아지나 비육우를 팔아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정도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지만 구제역으로 소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소를 팔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사료값만 들어가 경제적으로 고생이 많다"면서 다른지방 축산농가들의 아픔을 같이 했다.
고 이장은 이날 취재기자를 배웅하면서 "구제역 발생이 장기화 될 경우 사료 확보도 걱정된다"고 한숨을 쉰 후 "현장의 방역 담당자와 축산행정 담당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