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세계자연유산해설사 현계생씨

[어떵살암수과]세계자연유산해설사 현계생씨
"거문오름 지킴이·안내자 역할 긍지"
  • 입력 : 2011. 07.22(금) 22: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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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7세인 세계자연유산해설사 현계생씨가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현장에서 탐방객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선흘2리 주민인 현씨는 지난 2007년 해설사 1기 교육을 이수했다. /사진=강경민기자 photo6n6@ihalla.com

예순 넘겨 2007년 해설사 이수후 거문오름 안내
"한적한 시골 마을서 으뜸명소로 탈바꿈해 뿌듯
후대에 물려줄 보물 …성숙한 탐방문화 가꿔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 그 곳에선 거문오름의 가치를 알리면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자연유산해설사 19명이 활동중이다. 이 가운데 13명은 마을 주민이다.

현계생(67·조천읍 선흘2리)씨. 그녀는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던 2007년 해설사 1기 교육을 이수한 후 4년째 일주일이면 서 너 차례 거문오름을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의 든든한 안내자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4주년을 기념해 지난 17일 개막해 한달간 이어지고 있는 '2011 세계자연유산 제주거문오름 국제트레킹' 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거문오름 자연유산해설사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잠시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예순을 넘긴 나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론과 현장교육을 통해 얻은 세계자연유산해설사라는 명함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게 변함없는 생각이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거문오름과 늘 가까이 호흡하면서 탐방객들에게 거문오름의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데 대한 자부심과 행복감 덕분이다.

"선흘2리에 정착한지 20년이 넘도록 숲이 울창하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거문오름을 오를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일제강점기와 제주4·3 등 비극의 역사를 품은 곳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 거문오름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용천굴, 만장굴 등의 용암동굴계를 만들었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에 그저 놀랍고 부끄러웠다. 지척에 두고서도 그 가치를 전혀 몰랐다는 게."

선흘2리를 처음 찾았던 1984년만 해도 마을은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순환버스가 하루에 딱 세 차례 다니고, 식수원이라곤 공동수도터 하나가 전부인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런 마을에 세계자연유산 등재 후 거문오름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면서 세계유산의 진수를 맛보려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연중 생기가 넘쳐난다. 거문오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마을에 몰고온 가장 큰 변화다. 입소문과 언론보도를 타고 명소로 떠올랐고 사람의 발길이 북적대니 마을에 두 곳 뿐이던 식당은 13곳으로 늘었다.

거문오름에서 전국 각지의 탐방객들을 숱하게 만난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이들이 궁금했다. 폭설이 유난스러웠던 지난 겨울, 그녀가 맞이한 탐방객은 광주에서 온 교사 부부였다. 부부는 자신들 둘뿐인 탐방길에 해설사가 동행하는 것을 미안해했지만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거문오름 탐방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그녀는 그 날만큼은 부부의 전담(?) 해설사였다. "탐방을 마치고 고맙다던 부부는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안부전화를 걸어왔고, 관공서 홈페이지에 글까지 남긴 걸 동료 해설사를 통해 알았다."

이렇듯 그녀가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더불어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나가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탐방객들에게 작은 바람도 빠뜨리지 않았다. "탐방구간에서 식물 채취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만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성숙한 탐방문화를 가꿔가는 일 역시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보물을 지닌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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