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가 밝히는 서구문화의 기원

인문학자가 밝히는 서구문화의 기원
알베르토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
  • 입력 : 2012. 10.26(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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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2500년 이상의 장구한 세월 동안 서구 세계의 상상력을 먹이고 키워 풍요롭게 해줬다. 프랑스 작가 레몽 크노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 두 권의 책이 서구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준다. "모든 위대한 문학 작품은 '일리아스'이거나 '오디세이아'이다."

움베르토 에코 이래 문학계 최고의 지성이라 평가받는 알베르토 망구엘은 서구문화의 최초이지 시작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 찾는다. 그러나 그 출발점을 찾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저자인 호메로스라는 인물이 실존했는지 아닌지, 그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한 사람이었는지 여러 사람이었는지조차도 분명하지 않다. 그는 기록에 따라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였고, 그가 집필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래를 서사시로 예견한 이 전설 같은 작품들은 기독교 안에서, 이슬람 세계 안에서, 또 서양 문학 작품들 안에서 다양하게 변화되고 적용돼왔다. '일리아스'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네이스'를 쓴 베르길리우스, '신곡'에서 호메로스를 등장시킨 단테, 희곡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를 썼던 셰익스피어, 그리스어나 라틴어로만 읽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영역해 대중에게 소개한 영국의 대표시인 포프와 바이런 등을 통해서 호메로스와 그의 작품들은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

서양문학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책이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이다. 그러나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줄거리와 등장인물, 사건에 대한 나열 등 책의 내용에 대한 것들뿐이다. 하지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는 두 권의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물론 이 책들의 시작점이 어디이며 작가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존재 여부에서부터 출발한다. 그의 출생지에 대해서는 일곱개의 도시가 서로 자신들의 지역이 그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을 만큼 호메로스는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자는 다양한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두 작품을 인용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두 책을 안다고 하는 것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주석을 달고, 새롭게 지어내고, 해석하고 각색해왔던 하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며, 이는 앞으로도 우리의 삶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김헌 옮김. 세종서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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