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하나, 꽃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

돌멩이 하나, 꽃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
43인 작가·7인 사진가의 '그대, 강정'
  • 입력 : 2013. 04.05(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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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때론 패배할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강정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목소리로 이미 패배가 내정된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는 싸움도 싸우는 것이 참된 인간'임을 여기 '칼' 앞에 '펜'으로 증명하려는 이들이 있다. 2013년 봄, 제주도 강정의 싸움은 아직 현재진행중이다.

2013년 4월 3일 '그대, 강정'이 발간됐다. 제주와 강정을 담고, 올해로 65주년이 되는 제주4·3항쟁을 염두에 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애초 '제주팸플릿작가'의 팸플릿운동에서 출발했다. 날마다 구석으로 몰리면서도 맘대로 울지도 못하는 억울한 강정마을 주민들을 지켜보던 시인과 소설가들이 강정 마을의 곡비(哭婢)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강정의 억울함과 분노, 하소연, 슬픔을 담아 제주도민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 글들은 한편씩 인터넷을 통해 '작가, 제주와 연애하다'라는 타이틀로 연재되고, 이 글들이 모여 2000부 가량의 팸플릿으로 제작돼 제주 전역에 배포됐다. 지난 가을부터 이어져 온 소박한 팸플릿운동에 쓰여졌던 글과 사진에서 출발한 책이 '그대, 강정'이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연보 '강정 전사前史'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강정마을의 6년을 담았다. 2007년 4월부터 현재까지 강정마을에 일어난 이야기는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은 시기에도 강정과 제주의 평화를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알려준다.

사진가 노순택, 송동효, 이길훈, 이상엽, 이우기, 영화 '레드헌터'의 조성봉 감독, 일러스트레이터 이광진이 카메라를 통해 담아 낸 강정은 제주의 고요하고 서정적인 풍경과 대립되면서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물고기가 그려진 위로 '강정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야'라는 글이 적힌 담, 촛불 위로 '돌멩이하나, 꽃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린 어두운 실내, 늙어도 해맑을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클로즈업된 강정 사람들의 표정이 되레 강정마을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킨다.

2007년 봄에 시작된 강정마을의 600명이 넘는 주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연행과 구속·투옥·벌금 사태 뒤에는 불법과 편법으로 진행된 해군기지 공사가 있다. 주민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과정, 입증되지 않은 민군복합항 설계도, 면밀한 검토가 생략된 환경 문제가 명백하지만 해군기지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의 작가 인세 전액은 팸플릿운동과 강정 평화활동에 쓰이게 되며, 출판사도 이에 동참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북멘토.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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