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의 바깥은 어디에

빅데이터 시대의 바깥은 어디에
임태훈의 '검색되지 않을 자유'
  • 입력 : 2015. 01.0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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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논리까지 바꾸는
정보자본주의 프레임 갇힌

우리 사회 비판적으로 고찰

호모 익스페트롤(Homo Expectrol). 기대 가능하고 조정 가능한 이 존재는 정보자본주의의 프레임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알려진 패턴과 루트를 따라 슬픈 실존을 영위한다. 오늘날 우리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에서 그 미래를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지만, 실제 미래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일 수 있다. 사물 인터넷, 이른바 입는(wearable) 기기의 트렌드는 테이터의 축적을 메가급수적으로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실존의 가장 직접적인 실체인 몸이 정보화돼 장악되는 현실은 가까이 와있는지 모른다. 호모 익스페트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은 어떤 것일까.

빅데이터는 우리의 시간 감각, 혹은 삶의 속도를 하나의 가능성 차원으로 압축한다. 속도가 빠른 것을 넘어서 그것을 아예 0으로 수렴시켜 버린다.

예를 들어 아이팟에 내장된 16기가 저장 장치에 5분짜리 엠피스리파일을 채워넣으면 3200곡 정도의 재생 목록이 만들어진다. 배터리 재생 시간은 최대 40시간까지 늘려 잡더라도 한 번에 다 들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오로지 가능성으로만 남겨뒀을 때 '선택되지 않은 선택'의 차원에 삶의 실제적 순간들은 무엇이든 0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검색→다운로드→저장→망각의 고리를 순환한다. 이 고리에서 주체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하고 단지 무언가를 언제든 경험할 수 있다는 망상 속에서 살아간다.

빅데이터 기술이 바꿀 공간의 논리는 어떤가. 최근 건축계를 주도하는 흐름 하나는 BIM 공법이다. 정보를 모든 단계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해 최적의 건축 효율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공법을 적용한 카타르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수십 명이 죽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BIM에 구조, 지반, 도로, 수자원 등은 데이터로 기입되지만 노동자의 인권이나 그들 삶의 구체적 상황들은 무의미하다.

임태훈의 '검색되지 않을 자유'는 시시각각 온갖 정보를 송수신하는 이 시대에 탈인간적 변이 과정을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아울러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공통의 자율을 추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은이는 시각 중심주의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다시 말해 기존의 소리 체계에서 이탈하는 노이즈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어쩌면 빅데이터의 포위를 돌파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지워지도록 프로그램화된 기술인 시한부 데이터의 가능성도 엿본다. 데이터를 자연의 유기적 질서의 체계로 통합시키는 시도가 이루어질 경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 '빅브라더'의 눈도, 우리의 몸을 샅샅이 파고드는 사물 인터넷도 제한된 힘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알마.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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