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다시 돌아온'기자의 쓴소리

[백록담]'다시 돌아온'기자의 쓴소리
  • 입력 : 2015. 01.19(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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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기자생활 20년. 돌고 돌아 오랫만에 문화를 다시 담당하게 됐다. 시간이 흘렀고 제주도지역내 문화예술계 수장들도 바뀌었다. 다양한 문화시설도 들어섰고 이름도 생소한 문화예술사업이 생겼고 지원은 늘었고 단체도 급증했다.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문화예술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다시금 만나는 것은 더없이 반갑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은 그리 변화·발전된 것 처럼 보이지 않아 아쉽다.

예전과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했고 제주문화예술연감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해의 문화예술계 이슈와 활동, 관련 단체 기관의 현재 모습이 정리되어 있어야 할 연감에 기록된 수치가 수년전 연감 내용과 그닥 차이가 없다. 내용은 엉망이다.

단적인 예로 제주예술인들을 대표하는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 회원수는 수년째 2000명으로 나와 있다. 2008년 연감에도 '회원수 2000명'. 2014년 자료에도 2000명이다. 여전히 예총 산하 단체 회원들의 현황이나 실제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은 몇명인지도 가늠이 불가능하다.

실제 연락처 조차 없는 문화예술단체도 있다. 연락처가 없는 건지, 단체가 없는 건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 단체들은 문예진흥기금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지원을 원한다면 그 단체의 면모부터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대충 써 넣은 '100명' '200명' '500명' '2000명'이라는 회원수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는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회 주소는 잘못되어 있다. '별 것 아닌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쓴소리를 할 시기를 놓칠지 모를 일이다.

지금 정부와 제주도정은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문화강국'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온 '문화융성'과는 사뭇 다른 표현이라서 향후 정부의 문화정책기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원희룡 도정의 목표는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이다. 이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워 궁극적으로 세계를 품는 제주로 발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원 지사는 올해 도정의 핵심정책을 '문화'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숙성된 분야와 문화역량을 키우는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아이디어, 열정, 기술력, 감성에 기반한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고 권역별로 특화된 문화예술특구와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제주학과 제주어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탐라문화의 세계화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말한다. 원 지사는 협치의 첫 사업으로 '문화'를 손꼽았다.

문제가 있으니 문화예술에 투자와 지원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본적인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해야 미래를 이끌 수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앞으로 가장 먼저 문화예술 관련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문화생태계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내 문화자원 현황을 유형별로 '제대로' 조사해야 이를 근거로 정책적 시사점이 도출되지 않을까 싶다. <이현숙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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