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실패한 이들에 던지는 위안

결혼에 실패한 이들에 던지는 위안
이츠키 히로유키의 '사계 하루코'
  • 입력 : 2015. 01.23(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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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자유를 빼앗긴 채 오랜 시간 갇혀 있으면 저절로 정신적인 혼란에 빠지는 모양이야.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려면 마음을 뒤흔드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어."

일본 문학계에서 수많은 기록을 남긴 이츠키 히로유키의 소설 '사계 하루코'가 출간됐다.

그의 장편소설 '청춘의 문'은 100만부라는 기록을 냈고 인생에 대한 통찰과 혜안이 담긴 에세이 '타력'은 국내에서도 조명을 받았다. 이츠키 히로유키는 후쿠오카에서 태어났지만 유아기는 논산에서, 초등학교 시절은 서울에서 보냈다. 중학교때 평양에 있던중 패전을 맞아 난민생활을 거쳐 후쿠오카로 돌아갔다. 1967년 '나오키상'을 받으면서 파격적인 데뷔를 하기도 했다.

그의 '사계'시리즈는 저자의 출신지인 후쿠오카를 무대로 고미네 집안의 네 자매의 생생한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의미가 담긴 하루코, 나츠코, 아키코, 후유코는 각자의 방식으로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주어진 삶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중 반전있는 인물이 바로 하루코다.

네 자매 중에서 가장 고분고분하고 여성스러운 첫째 딸 하루코. 착하고 유순한 성격에 공부도 살림도 잘하는 일등 신붓감이던 그녀는 이혼 후, 강단 있고 의지적인 여인으로 새로운 삶과 마주한다.

스스로 얌전한 모범생이라고 규정했기에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온 게 아닐까. 어쩌면 하루코는 주변의 기대감 때문에 천상 여자의 길을 선택한 건지도 모른다. 때때로 인간은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애를 쓰곤 한다. 상대방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홀아버지 밑에서 세 명의 여동생을 보살폈던 큰 딸 하루코. 그녀도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맏이 역할에 전념했다. 그러나 이혼을 계기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여태껏 고분고분하고 정숙한 여인으로 살았던 그녀는 점점 대범하고 솔직해진다. 남자에게 기대 먹고산다는게 허망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경제적으로 자립하고자 한다. 양윤옥 옮김. 도서출판 지식여행. 1만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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