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제주유나이티드 연고지 이전 10년]

[창간특집/제주유나이티드 연고지 이전 10년]
구단은 기쁨을, 팬들은 성원을… 모두 함께 '킥오프'
  • 입력 : 2015. 04.22(수)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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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홈 개막 경기에 1만504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사진=한라일보 DB

부천서 제주로 옮기면서 '홍역'… 지역반응도 냉담
팬심 확보 노력 '대한민국 스포츠산업 대상 '성과
월드컵경기장 경영 수익확대 위한 노력 등은 과제
K리그 最古 구단 명성에 맞는 성적표 획득도 필요

제주유나이티드의 전신이었던 부천 SK는 2006년 연고지 이전과 함께 모기업명을 배제한 채 제주도민과 구단, 선수단 모두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의미로 구단 명칭을 바꿨을 정도로 의욕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구단주였던 신헌철 전 SK 에너지 부회장은 "프로 스포츠의 불모지였던 제주 지역에 연고를 둠으로써 제주 지역의 축구 붐을 일으키고 나아가 K리그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새 둥지인 제주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단의 자신감과 기대는 현실과 차이를 보였다. 제주 최초의 프로스포츠 구단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출발은 삐걱거렸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스킨십 마케팅과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연고 이전에 따른 잡음 등으로 지역의 반응은 한동안 싸늘했다. 더구나 "제주도에 프로 축구단이 필요하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연고 이전의 형태가 아니라 제주에 새로운 형태의 팀이 창단되는 것이었다면 휠씬 기뻤을 것"이라는 제주 연고의 2002 태극전사 최진철의 날카로운 지적이 있었다. 제주유나이티드의 연고 이전 당시 거시적으로 제주도민들이 주축이 되는 시민 구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지역내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제주유나이티드의 위기감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성적 부진이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2007년 FA컵 4강 무대에 오른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특히 제주유나이티드는 연고 이전 후 최악의 위기 순간을 맞기도 했다. 2009년 당시 제주유나이티드는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과 선수단의 불화가 겹치면서 자멸하기 시작했고 9월 13일 포항과 홈 경기에서 K리그 사상 한 경기 최다실점인 8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제주유나이티드가 클럽하우스내에 58억원(국비 15억, 지방비 43억)을 들여 만든 전용구장을 오픈한 날이었다. 'Pride of Jeju'라는 제주유나이티드의 슬로건이 무색해졌다.

2월 24일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중증 장애인 시설인 제주애덕의집 원생들과 함께 2015시즌 승리를 기원하는 출정식을 가졌다. 사진=한라일보 DB

패배에 길들여진 제주유나이티드를 변모시킨 것은 2009년 10월 부임한 박경훈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인 2010년 제주를 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김은중, 구자철, 박현범, 홍정호 등 내로라하는 멤버가 활약했다. 더불어 삼다도 축구, 방울뱀 축구, 오케스트라 축구 등 제주의 축구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한 작명 재치도 뛰어났다. 박 감독은 팀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고 제주는 그 사이 강팀으로 변모했다.

팬심도 돌아왔다. 제주는 2011년부터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발벗고 나섰다. 이후 색다르고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제주도민의 관심을 끈 제주는 2012년에는 가장 높은 관중 증가를 기록해 프로축구연맹이 시상하는 '플러스 스타디움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팬 프렌들리 클럽(Fan-friendly Club)상'도 수상했다. 독창적인 마케팅과 지역민과의 유대감 형성을 위한 노력을 펼쳐온 제주 구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제10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 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구단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관중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평균관중수는 당시 16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2011년 경기당 평균관중수가 4609명이던 것이 2012년 6789명, 2013년 6464명, 2014년 6712명으로 600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타깃 매치'를 설정, 그 경기에 마케팅적 역량을 총집결한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활용되는 '타깃 매치'는 관중 동원 요소가 많은 빅매치를 통해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그 효과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박경훈 감독이 군복을 입고 '탐라대첩' 컨셉으로 등장한 2013년 서울전은 2009년 홈 개막전(3만2765명) 이후 최다 관중인 1만8751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2009년은 동원된 관중이어서 사실상 2013년 서울전이 최다관중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정도다.

연고이전 10년째를 맞는 제주유나이티드에 도민들이 거는 기대는 여느 때와 다르다. 제주도민들은 직접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있어 나름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게 분명하다. 물론 과제도 있다. K리그가 실관중 집계에 돌입한 2012년 이후 제주가 2만 관중을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 만큼 2만 관중은 제주에게 꿈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난 해 10월 포항과의 홈 경기에선 1만7484명이 입장해 불과 2516명이 부족한 적도 있었다. 또 만성 적자인 제주월드컵경기장 경영 수익 확대를 위해 서귀포시와의 긴밀한 협조도 필요하다. 2010년 K리그 준우승 이후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성적 역시 다시금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축구 관계자들은 "제주유나이티드는 1982년에 창단된 현존하는 프로축구 1호팀이라는 상징성 있다. 그런데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2010년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적이 없어 도민들로 부터 환영을 받고 있지 못하다"며 "제주도민의 구단이라는 마케팅 노력과 함께 명문구단으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한 선수단으로 ACL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유나이티드 장석수 대표이사는 "가장 큰 목표는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사랑을 받는 구단이 되는 것이다. 제주도민이 제주유나이티드를 '그들의 구단'이 아니라 '내 구단'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더욱 분발할 것을 다짐했다.

따라서 제주유나이티드의 제주 이전 10년째를 맞아 구단은 제주도민들에게는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프로스포츠구단이 될 수 있도록 분발하고, 팬들도 좋은 성적을 통해 'JEJU'가 전 세계에 알려지게끔 제주유나이티드를 성원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축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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