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은 삶과 영혼의 기록"

"내 사진은 삶과 영혼의 기록"
● 故 김영갑 10주기 추모 사진집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 입력 : 2015. 06.19(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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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진을 삶과 영혼의 기록이라고 했던 사진작가 김영갑. 그는 10년전 5월 29일 오름에 머물던 안개처럼 세상을 떠났다. 고(故) 김영갑(1957~2005)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들이 사진집으로 묶여졌다.

김영갑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제주에 매료돼 1982년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했고, 1985년 제주에 정착했다. 한라산과 마라도, 노인과 해녀,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는 제주의 영혼을 되찾기라도 하듯 제주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의 변화를 읽어낸 그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매료될 즈음 그에게 불치병인 루게릭병 진단이 내려졌고 그는 2002년 폐교된 초등학교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만들었다. 투병 6년 만에 한 줌의 흙이 되어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제주전시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열리고 있으며 서울전시는 오는 27일부터 9월22일까지 아라아트센터서 이어진다.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은 사진집 '오름'과 함께 출간된 책으로, 그가 오름 들판에서 흘려보낸 나날들이 가득 담겨 있다. '오름'을 중심으로 한 김영갑의 초기, 중기, 후기 작품 65컷이 실려 있다. 그리고 섬 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에 대한 담담하고 때로는 결연한 어조의 글들이 중간중간 이어지며 제주에서의 그의 삶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김영갑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분노, 방황의 흔적과 삽시간에 지나치듯 느껴지는 황홀한 아름다움은 오늘날 우리들이 느끼고 아파하는 것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김영갑은 제주의 자연, 오름에게서 위로 받고 삶의 희망과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떴음을 사진과 글로써 말하고 있다. 김영갑의 사진을 보며 우리의 눈과 마음이 맑아지고 가슴이 아련해지는 것은 사진에서 불어오는 제주의 푸른 바람 때문이리라. 더러움과 잡스러움과 부질없음을 떨어내는 바람, 사라지거나 망가지지 않게 해야 하는 참된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바람, 반짝이는 생명의 빛을 불어넣는 영혼의 바람 때문이리라.

"내게 있어 제주는, 제주의 사진은, 삶에 지치고 찌들은 인간을 위무하는 영혼의 쉼터입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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