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끼어드는 렌터카에 짜증내는 나, 비정상인가요?

[백록담] 끼어드는 렌터카에 짜증내는 나, 비정상인가요?
  • 입력 : 2016. 06.27(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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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늘고 있는 곳, 다른 곳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뛰어 있는 곳. 지역경제 호조로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는 곳. 최근 제주의 모습이다. 2016년 제주가 정말 '핫'하다.

뜨거운 제주를 만든 수훈 갑은 관광이다. 수년전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열었고 이제는 2000만 시대를 넘보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도 뒤따라오고 있다. 지역경제가 호조세를 이어가니 제주에서 살겠다며 정착하는 외지인들도 크게 늘고 있다. 제주살이 열풍이다. 관광산업 발전이 가져온 변화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다. 제주는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정작 토박이들 중에는 "옛날이 좋았다"며 지금의 변화상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환경오염' '교통난', 2016년 제주를 상징하는 세가지 키워드다. 사람(관광객)과 돈(투자)이 몰리면서 파생된 역효과들이다. 사실 이같은 역효과도 제주사람 개개인 소득이 높아지면서 부자가 되고 있다면 그냥 묻힐 것들이다. 결국 이런 사안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은 관광산업 발전과 자본유치 성과가 도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이는 제주경제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소득을 일반 도민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땅을 팔아 부자가 됐다는 제주토박이들을 본 적 없다. 수혜자는 대부분 투기세력들이다. 특히 부동산가격 상승은 실수요가 대부분인 제주토박이들에겐 집 걱정만 더 심화시켰을 뿐이다. 노형과 연동지역 집값이 수도권 수준이라니, 어이없을 뿐이다. 지역경제 호조로 자본투자가 이어지면서 제주섬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환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통난도 제주토박이들을 짜증나게 하는 요소다. 출·퇴근 시간대 시내 주요도로는 서울의 웬만한 곳보다 더 막힌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사람의 왕래를 적정수로 맞춰보면 어떨까. 관광객 2000만명, 3000만명…, 왜 양적 팽창에 고집하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제주관광업계는 "연 500만명만 와도 소원이 없겠다"고 한적이 있었다. 외국인 100만 시대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었다. 지금은 중국관광객만 200만명을 넘어섰다. 단 500만명만 오더라도 이들을 극진하게 대접해 제주에 오래 머물게 하고 또 소비를 유도하면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1000만~2000만명 보단 낫지 않을까.

수년전까지만 해도 렌터카가 내 차 앞으로 끼어들려 하면 양보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주를 찾은 손님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렌터카가 우왕좌왕하거나 끼어들라치면 욕설부터 나온다. 손님이라기보단 교통난 유발자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손님은 손님 대접을 못받아 불만이고, 집주인은 오는 손님이 귀찮아진다. 지금 제주관광이 딱 이 모양새다. 곧 제주관광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다. 가진것이라곤 천혜의 자연환경 뿐인 제주가 경쟁력을 키울수 있는 것은 '관광' 뿐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주머니만 두둑해지면 의미가 없다. 관광객들의 소비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곧 자본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 도민들의 삶의질이 높아지는게 우리가 기대하는 관광산업의 선순환이다. 렌터카에게 양보하고 싶어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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