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울타리에서 탈출하고 싶은 시인의 글버릇

[책세상]울타리에서 탈출하고 싶은 시인의 글버릇
고정국의 '난쟁이 휘파람 소리'·'손!'
  • 입력 : 2016. 07.29(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고정국 시조시인이 시조로 낭송하는 스토리텔링 '난쟁이 휘파람 소리'와 전원 에세이 '손!'을 동시에 펴냈다.

'난쟁이 휘파람 소리'는 2014년 관찰시조집 '민들레 행복론'에 이어 두 번째로 시조의 몸통에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옷을 입힌 작품이다. "돌멩이든 지푸라기든 꽃이든 물방울이든, 그 어떤 대상과도 소통할 수 있는 자가 시인이라 하자"는 시인의 고백처럼 칠백 수(首)가 넘는 사건과 사람, 사물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연하의 남자를 만나 바람피운 여인이 있었네/ 커트머리 아줌마들이 머리방아를 찧고 있었네/ 칠팔월 강아지풀도 따라 끄덕거렸네// 시골 쪽 입소문은 바람보다 더 빨랐네/ 수군수군 귓속말이 천리마로 갈아타고/ 지평 끝 벌겋게 타는 논밭까지 번졌지"('강아지풀 이야기' 중에서)

책은 1부 강아지풀 이야기로 시작해 2부 떠돌이 달, 3부 구월의 잔, 4부 수평선에 사는 것들, 5부 침묵의 말, 6부 시인탄생까지 스토리텔링처럼 이어진다. 고봉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독서지도사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대기권 밖에 있는 것조차 손바닥에 올려놓는다"고 평한 것처럼 다양한 주제와 소재가 등장하고, 전 우주를 넘나들면서도 술술 암송하며 읽는 재미를 준다. 파우스트. 1만2000원

'손!'은 작가가 하마터면 이승의 끈을 놓아버릴 뻔했던 그 '손'으로 끄적였던 이야기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가축분뇨 냄새가 끊이지 않는"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시인의 집에서 만난 파리와의 인연을 소개한 '파리와의 외출' 등에서 미물과 대화하는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자신의 일상과 작품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 가까이 살다 보면, 동물이건 식물이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이 땅에 뿌리박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라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학자료원. 1만2000원.

서귀포시 위미 출신의 작가는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과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현 제주작가회의) 제주도지회장을 역임했다.

작품집으로 '서울은 가짜다'와 '민들레 행복론' 등 6권의 시집을 냈으며, 서사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레기', 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 체험적 창작론 '助詞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23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