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문명을 위협하는 '위대한 파괴자'

[책세상]문명을 위협하는 '위대한 파괴자'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녹’에 관한 모든 것
  • 입력 : 2016. 09.09(금) 00:00
  • 양영전 수습기자 y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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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T의 저자 조나단 월드먼은 2007년 말 친구 두 명과 함께 그 아름다운 자태에 취해 요트를 구입했다. 세 친구는 요트를 공동 소유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요트를 '그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세 남자를 푹 빠지게 했던 그녀에게는 아픔이 있었다. 무려 서른 살이나 먹은 그녀의 갑판에 박힌 나사못 주변에는 반지 모양으로 녹이 슬었고 이물과 선미에서 상갑판에 이르는 거의 모든 부분에도 녹슨 흔적이 남아 있었다.

'녹'은 초대장도 없이 그렇게 조나단의 삶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RUST'는 그가 요트에 거주하는 동안 겪었던 녹과의 싸움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 됐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녹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액은 GDP의 3%인 4370억 달러다. 녹은 건강과 안전, 보안, 환경 등 전방위적으로 심각하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다리를 무너뜨리고, 핵발전소의 반응기를 잠식하며, 핵폐기물 용기에 구멍을 내는 등 우리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다. 녹으로 인한 피해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현대인들은 녹을 그다지 심각한 재해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공학 교수나 관련 학생들도 녹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하며 일반인들은 녹이나 부식이라는 단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으로 반즈앤노블 서점 '최고의 신인 작가'에 선정되기도 한 조나단은 읽을수록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러스한 문체로 우리가 그동안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던 녹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조나단은 미국에서 녹과의 정면대결을 선포한 가장 유명한 싸움인 '자유의 여신상 복원사업'을 소개하며 녹의 공격으로부터 1차적인 방어를 할 수 있었던 계기를 설명한다. 여신이 현재 들고있는 횃불이 이 시기에 교체된 것이나, 얼굴에 부식이 생겨 마치 여드름 자국처럼 보였던 흥미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다. 녹 때문에 골치를 썩었던 로마시대 장군에서부터 금속의 역사를 간략하게 조명하고 지금은 너무도 당연히 사용하고 있는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이 어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는지 그 탄생 비화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자칫 어렵고 진부할 수 있는 과학적 이야기들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 자동차가 녹스는 소리, 자동차의 중량이 1년에 약 3.5㎏씩 가벼워지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조나단 월드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기 바란다. 반니.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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