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주민들 억울함은 누가 달래나

[편집국25시]주민들 억울함은 누가 달래나
  • 입력 : 2016. 12.29(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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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의 범인을 잡는 것보다 한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 피의자를 대할 때 통용되는 이 말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근간으로 삼는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구성원 전체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누군가의 잘못되고, 뒤틀린 시각이 한순간에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황용해 제주도 보훈청장의 발언이 한동안 제주사회를 달궜다. 예산 심의를 받으려 지난 6일 도의회에 출석한 황 청장은 '조설대 집의계 애국 선구자 경모식' 참석을 요청했던 오라동 주민을 범죄자로 비유했다. 황 청장은 주민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도의원의 질책에 "범죄인이 파출소를 왔을 때 파출소장은 (범죄인을) 어떻게 대하느냐"고 했다. 또 그는 "(경모 대상자는 국가가 인정하는) 애국지사가 아닌데도, 주민들은 애국지사라고 표현해왔다"면서 "이것은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애국지사를 사칭했기 때문에 이들을 범죄자로 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조설대는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에 반발해 의병결사단체를 꾸린 유학자 12명이 이듬해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오라동 망배단에 모여 바위에 '조선의 수치를 설욕하겠다'는 의미로 새긴 글귀를 말한다. 국가보훈처는 조설대를 현충시설로 지정했지만 글귀를 새긴 12명에 대해선 애국지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 청장에게 묻고 싶다. 국가가 인정하는 애국지사가 아니라 해서 12명의 유학자가 일제에 항거한 사실까지 부정할 수 있는지를.

또 황 청장은 애국지사로 볼만한 고증자료가 없다고 했는데, 이 말은 되레 범죄자 발언이 가진 위험성을 드러낸다. 고증자료가 없다는 건 엄밀히 말해 애국지사가 아니란 증거가 있다는 게 아니라 애국지사로 볼만한 증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이를 입증할 실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도 못한다거나 범죄자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억울함을 달랠 길은 없다. <이상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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