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숫자놀음이 아닌 품격있는 제주관광을 이야기하자

[백록담]숫자놀음이 아닌 품격있는 제주관광을 이야기하자
  • 입력 : 2017. 01.23(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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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을 얘기할 때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말이 있다. 바로 '시장 다변화'와 '질적 성장'이다. 동북아 최고의 휴양관광지를 위해 특정 나라가 아닌 여러나라의 고급손님을 유치하자는 말이었다.

제주로 밀려오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 연휴를 맞아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를 찾는 중국인은 4만288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숫자로 관광업계는 울상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작년 10월쯤부터 제주를 찾는 중국인이 줄어든 것은 중국 정부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발로 인한 한·중관계의 냉각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중국정부는 저가의 방한 단체관광객을 줄이겠다며 자국여행사에 전년보다 관광객수를 20% 줄이라는 지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치가 전같지 않아 울상인 관광업계의 다른 한편에선 엇갈리는 반응도 만만찮다. 지난해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의 60대 여성 살해사건에서부터 뺑소니, 집단폭행 등 묻지마식 강력범죄와 불법체류자 증가로 인한 치안 불안으로 중국인을 보는 도민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한때 제주에 최고의 손님이었던 일본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빈사상태 일보 직전에 있던 제주 외국인시장에 숨통을 트게 해준 이들이다. 말로만 '국제관광지'였지 내국인이 90% 이상인 제주 외국인시장에 '수적 실적'을 채워준 일등공신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를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상당수가 국내 여행사들이 인두세(人頭稅) 명목으로 1인당 5~6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을 중국 현지 여행사에 주고 유치한 이들이란 점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행비용으로 지불하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왕복항공권에도 못미치는 금액은 모두 중국 여행사의 몫이다. 중국인을 받는 국내 여행사는 숙박·교통 등 국내 관광비용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국내 여행사가 돈을 주고 중국인을 사오는 구조니 적자를 메우려면 중국인 관광객이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값싼 음식에 저가 숙박시설, 쇼핑 위주의 일정으로 짜여진다. 저가 여행이니 일정 수준의 쇼핑관광은 예상했다 치더라도, 지나친 쇼핑을 강요당하고 바가지를 쓰는 중국인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결과적으로 두 번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안고 돌아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마케팅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한국관광의 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제주도는 이제 말로만이 아닌 제주관광의 질적 개선 정책을 짜야 한다. 지금처럼 5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면 1000만명을 목표로 세우는 등 해마다 숫자를 늘려잡는 '숫자놀음'만 한다면 제주관광은 싸구려 관광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 같았던 일본관광객이 삽시간에 빠져나가는 경험을 이미 했고, 그 자리를 중국인이 메우면서 지탱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덤핑관광이 이어진다면 머잖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중국인이 떠난 제주를 유럽 혹은 미주 관광객 등 또다른 누군가가 채워준다면야 천만다행(?)이겠지만 입지적 조건 등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살아남으려면 당장은 일정 규모의 관광객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고라도 덤핑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현지 여행사를 제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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