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교회는 어쩌다 부를 좇는 기업이 되었나

[책세상]교회는 어쩌다 부를 좇는 기업이 되었나
김근수의 루가복음 해설서 '가난한 예수'
  • 입력 : 2017. 12.01(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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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 눈으로 복음서 해설
죄가 아닌 불평등 문제 다뤄
"예수처럼 교회도 가난해야"


종교인에게 납세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 국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권리를 누리려는 것은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난하지만, 일부 종교인들은 "종교는 납세보다 상위 개념"이라며 반대하는 등 아직도 종교인의 납세 부과에 대한 찬반 의견은 뜨겁기만 하다. 이러한 논란은 교회를 비롯한 종교관에 대한 시대적 변화라고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돈을 위한 기업이 되어버린 일부 교회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교회뿐만이 아니다. 불교나 천주교를 비롯한 타 종교들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김근수씨는 '가난한 예수'에서 "한국의 천주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아니며 이는 '루가'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믿음의 예수 '마르코복음'과 행동하는 예수 '마태복음'에 이어 세 번째 복음 해설서인 '루가복음'을 들고나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난한 예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는 사람이 지은 죄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공동체 안에서 존재하는 불평등이다. 무엇보다 루가는 불평등에 대해 고뇌하고, 가난한 사람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졌다. 또한 예수의 말과 행동을 적은 루가복음서 역시 예수가 가난한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일방적으로 편애했으며, 가난한 사람을 응원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루가는 탕자의 이야기, 선한 사마리아인, 자캐오, 세리 등의 비유 등을 통해 빈부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특히 가난한 자, 죄인 등 약자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저자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성서 본문을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신학 자체가 가난한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까지 정의를 내리고 있다.

책은 기본적으로 복음서에 대한 해설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더 많은 고민거리를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특히 부를 좇는 기업이 되어버린 교회와 신학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불평등을 벗어나려 하는 실천의 중요성을 함께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서 해방신학과 저항신학을 끄집어내려 한다. 가난한 사람이 보는 가난한 예수는 이렇다. "하느님이 가난한 사람을 선택했듯이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며, 예수가 가난하게 살았듯이 교회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예수를 바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 특히 가난을 대표하는 성인이기도 한 프란체스코 교황이 한국 방한 당시 말했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랍니다"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동녘. 2만5000원. 조흥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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