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주의 한라칼럼] 제주도의 풀뿌리민주주의

[강상주의 한라칼럼] 제주도의 풀뿌리민주주의
  • 입력 : 2018. 09.18(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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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이고 지방에는 큰 선물이었다. 일사분란함을 추구하는 중앙정부의 권력이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풀뿌리민주주의로 많은 권력이양이 이뤄졌다. 우선 중앙에서 임명하던 자치단체장을 우리 지역을 잘 알고 애정을 갖는 사람으로 뽑을 수 있었고, 지방의원들도 동네사람을 뽑아서 우리의 필요한 정책결정에 참여하게 되니 애로사항 해결에도 좋았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제주도민에게만은 이 풀뿌리민주주의가 먼나라 이야기이다.

그것은 우리 제주도만 기초자치제도를 폐지하다보니 도지사한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권한이 커진 도지사 역시도 기획업무와 집행업무를 동시에 해야하니 골치가 아프다. 서울의 3배나 되는 지역을 다 돌아봐야하고, 미래 설계도 해야 한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행정시로 갔는데 "우린 권한이 없고 도청에 가서 얘기 하십시오"라는 말만 들으니, 조금만 잘못되거나 불만이 있으면 도청 앞으로 민원이 몰려든다. 이는 우리 제주도민만 타시도민들은 다 누리고 있는 기초자치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

일부 도민들은 시장직선제나 읍면동자치제를 말하기도 한다. 다 좋은 얘기들이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시장직선제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 강조하다보면 정말 중요한 것이 빠질 수 있다. 우리 헌법상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헌법보다 하위에 있는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반면에 지방자치단체에는 지방의회를 두도록 헌법규정으로 못 박고 있다. 즉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지방의회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이것은 모든 지방권력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이지만, 주기능은 지방의회에서 심의·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에 그 본분이 있는 것이다.

또한 제주시 서귀포시 2개시만이라도 자치단체로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것은 맞지 않다. 왜냐하면 기초자치단체 2개만 있는데 그 위에 상급자치단체를 두는 것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 우리 실정엔 최소한 5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있고 그 위에 광역자치체가 있어야 논리가 설 것이다.

그러면 제주의 기초자치체는 어떠한 형태여야 하는가? 필자의 생각은 옛날의 시군제도도 좋다고 여겨지지만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좀 더 다른 방안을 찾아본다면 직할시의 자치구제도를 생각할 수 있다. 시군제도와 자치구제도에는 차이가 있는데 자치구제도는 시군제도보다 제한된 기초자치권을 갖는다. 이것은 자치업무를 수행을 위한 비용충당 방법이 지방세 제도인데 이를 살펴보면 대략 이해가 쉽다. 현재 지방세 11개 세목 중 자치구세는 2개이고 광역시세는 9개세목이다. 반면에 시군세는 5개세목이고 도세는 6개이다. 이는 자치권한으로 볼때 시군제도가 자치구제도보다 폭넓게 보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읍·면·동자치는 앞으로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공무원의 능력·주민의식 등 제반여건이 갖춰지면 선진국처럼 우리 몸에 맞는 제도로 택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시군자치도 안된 시점에서 조금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닌가싶다.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 제주가 어떠한 제도를 원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앙정치를 움직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면 풀뿌리 기초자치의 회복은 우리가 결정해서 요구하는 사항인 것이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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