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면 고산리 농경지 물 주기. 한라일보DB
폭염이 이어지며 제주시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토양이 건조한 상태를 보이면서 양배추와 비트 등 월동채소 정식이 지연돼 농가들이 애태우고 있다. 일찍 정식을 마친 일부 농경지에선 수분 부족으로 양배추 뿌리가 제대로 활착하지 못해 말라죽는 현상도 발생하는 등 상품성 하락과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시는 농업기술원의 '토양수분' 관측정보에 따르면 애월과 한경 지역의 일부 토양이 '약간 건조'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비트는 이달 초부터 정식이 시작됐고, 조생 양배추의 정식 적기는 이달 10일부터 25일까지다. 제주시가 지난 5월 실시한 1차 채소류 재배의향 조사를 보면 예상 재배면적은 양배추 1287㏊, 비트는 139㏊로 나타났는데, 가뭄 영향으로 현재 5~10%정도 정식이 이뤄진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고온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정식 후 일주일정도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뿌리가 제대로 활착되지 못한다.
제주시 지역에는 8월 5일 9.7㎜, 10일 4.2㎜, 11일 2.0㎜의 강수량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또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이달 29일까지는 비 예보도 없어 마냥 정식을 늦출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는 월동채소 정식에 맞춰 물백과 양수기 등 읍면동에 보유하고 있는 양수 장비 대여, 공공용 물백설치와 급수탑 개방을 통해 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읍면동이 보유하고 있는 가뭄대책 양수장비(양수기 202대, 물백 546개 등)에 대한 일제 점검과 정비를 마쳤다. 또 이번 주말까지 저수지와 마을연못 등 수원지에 양수기를 설치해 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나갈 예정이다.
고성관 곽지리장은 "양배추 조생종은 이달 10일쯤부터 정식을 시작해 25일쯤까지는 마치는 게 좋은데 일찍 정식한 농가에선 고온이 지속되며 일부는 말라죽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비가 내린 후 정식하는 게 좋은데, 인력사정 등을 감안하면 마냥 늦출 수도 없어 일부 농가에선 밭에 물을 뿌리며 정식한 후 일주일씩 물을 대느라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강길남 봉성리장은 "양배추 만생은 9월 중순까지 정식이 가능하지만 조생은 지금이 최적기"라며 "정식이 더 지연되면 구 형성도 늦어져 생산성과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는 읍면동에 농가의 농업용수 지원 요청이 접수될 경우 급수장비와 농업용수 공급을 신속히 추진해 농가의 물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해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가뭄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농어촌공사, 소방관서 등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