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반란' 한국전력, 3년 만에 배구 컵대회 우승

'꼴찌의 반란' 한국전력, 3년 만에 배구 컵대회 우승
박철우·러셀 쌍포에 장신 세터 김명관·6년 만에 복귀한 안요한 맹활약
  • 입력 : 2020. 08.29(토) 17:3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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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라이트 박철우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팀 체질을 완전히 바꾼 한국전력이 '약체' 이미지를 깨고 프로배구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전력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었다.

지난해 컵대회에서 3패로 예선 탈락하고, 2019-2020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도 최하위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이번 대회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우승컵까지 손에 넣었다.

2016, 2017년 두 차례 컵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전력은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서며 구단 역사상 3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한국전력은 상금 5천만원도 받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은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라이트 박철우를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했고, 레프트 이시몬과 계약하며 수비 안정을 꾀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미국 대표팀 출신 카일 러셀을 지명했다. 그리고 러셀에게 서브 리시브 부담이 있는 레프트를 맡겼다.

지난 시즌 가반 슈미트의 통역으로 일했던 안요한은 6년 만에 선수로 복귀해 센터를 맡았다.

부임 첫해 컵대회와 V리그에서 좌절을 맛본 장병철 감독은 2년 차 장신 세터 김명관을 주전 세터로 지목하며 달라진 한국전력의 엔진으로 장착했다.

이들은 컵대회 결승에서도 맹활약했다.

러셀(27점)과 박철우(24점)는 쌍포로 측면 공격을 책임졌고, 이시몬은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상대의 '서브 폭탄'을 견디며 주포 역할까지 한 러셀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상금은 300만원이다.

안요한은 속공 성공률 100%를 찍었고, 김명관은 블로킹 득점을 5개나 했다. 김명관은 대회 라이징스타상(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새롭게 무장한 한국전력의 위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한국전력은 1세트에서 러셀의 화력과 블로킹에서의 우세(3-0)를 앞세워 손쉽게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제천 출신 토종 라이트 임동혁을 내세워 반격했고, 2세트를 챙겼다.

승부처는 3세트였다.

베테랑 라이트 박철우가 드라마를 썼다.

박철우는 5-6에서 서브 범실을 하고, 이후 후위 공격을 시도하다 정지석에게 블로킹 당했다.

장병철 감독은 박철우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잠시 숨을 고른 박철우는 18-20으로 밀린 상황에서 다시 코트를 밟았다.

곧바로 오픈 공격을 성공한 박철우는 긴 랠리 끝에 상대 블로커 손을 보고 노련하게 터치 아웃으로 득점했다.

이어 러셀의 서브가 정지석의 손을 맞고 그대로 넘어오자 박철우가 또 오픈 공격을 성공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의 3연속 득점으로 21-20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한국전력은 러셀의 서브 득점으로 또 한 걸음 달아났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의 오픈 공격으로 반격을 노렸지만, 한국전력은 이를 받아냈고 박철우가 오픈 득점으로 연결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전력은 23-20에서 러셀의 연속 서브 득점으로 3세트를 끝냈다.

한국전력은 4세트에서 막판 역전을 허용해,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5세트 대역전극으로 설욕했다.

대한항공은 5세트에서는 쫓기는 처지였다.

6-9로 끌려가던 한국전력은 러셀의 후위 공격에 이어 조근호가 임동혁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해 기세를 올렸다.

김명관이 정지석의 오픈 공격마저 블로킹하며 한국전력은 9-9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결승전 승부는 5세트 듀스로 흘렀다.

고비를 넘기는 동안 한국전력 선수들은 더 단단해졌다.

18-18에서 박철우는 노련하게 후위 공격을 성공했다. 반면, 대한항공 정지석의 퀵 오픈은 네트를 맞고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공이 떨어진 지점을 확인하는 순간, 포효했다.

한국 남자프로배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예선과 준결승에서 4연승을 내달렸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 한국 무대 첫 대회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제천 출신의 대한항공 라이트 임동혁은 우승 꿈을 놓쳤지만,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상금은 100만원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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