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현장시선] 코로나19와 신용협동조합의 역할

[허영진의 현장시선] 코로나19와 신용협동조합의 역할
  • 입력 : 2020. 11.06(금)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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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제주도민들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 어떠한 노력을 하려고 해도 금융의 도움을 받지 못해 망연자실하는 안타까운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엄격한 금융시스템 때문이다. 재산과 신용도에 의해 작동되는 금융시스템 하에서 일반 소상공인, 서민들은 높은 금융의 벽을 넘기가 어려워졌다. 힘든 시기일수록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처럼 문턱이 낮은 금융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라민은행은 1984년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돈을 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은행이다.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대표적인 곳이 금융 혜택에서 소외된 제주도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신용협동조합이다.

제주도내 신용협동조합은 1962년 아일랜드 태생인 패트릭 맥그린치 신부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신용협동조합은 '사람이 먼저'라는 인본정신을 바탕으로 믿음과 나눔을 통한 따뜻한 금융을 실현해 왔다. 또한 고용·산업 위기 지역 지원, 다자녀 가구 주거 안정 지원 대출 등 7대 포용금융을 비롯해 서민과 소외계층 같은 세상의 약자를 돕고 금융 혜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축복장을 받기도 했다.

신용협동조합은 일반 은행과 다른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신용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은행의 주인은 주주이며 과반수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둘째, 은행은 주식의 양에 따라 표가 결정되지만, 신용협동조합은 출자 금액에 관계없이 1인 1표로 민주적인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셋째, 은행은 주주가 이익을 나눠 갖지만, 신용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이익이 환원된다. 제주도 내 신용협동조합은 2019년도 제주도민에게 출자금 등으로 80여억원을 환원했다.

제주도민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온 제주지역 신용협동조합에게도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서민금융은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비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신용협동조합은 금융위원회 관리하에 은행과 동일한 금융시스템을 적용받기 때문에 신용대출 비율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리의 정책자금 또한 은행을 통해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시대에 엄격한 규제는 보수적인 대출 운영으로 이어지고 결국 많은 제주도민은 대출처를 찾지 못해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발을 돌리게 되며 회생의 기회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사회적 약자를 잘 아는 신용협동조합을 통해 완화된 대출기준 제시와 연체대출금 일정 부문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제주도민들의 어려움은 감소될 것이다.

신용협동조합은 부유한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을 추구하며 경쟁이 아니라 협력, 이윤이 아니라 나눔을 추구하는 세상을 꿈꾼다. 신용협동조합이 최일선에 서서 소상공인 및 도민들을 위해 다양한 금융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제주도정의 금융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제주도민들의 삶의 향상되기를 바란다.

<허영진 신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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