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국익을 초월한 한·미 혈맹 신화는 없다

[책세상] 국익을 초월한 한·미 혈맹 신화는 없다
김준형의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입력 : 2021. 04.2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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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같은 미 의존
미래 위해 자율성 회복을


한국 사회에는 미국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 그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 압제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고 이어진 전쟁과 빈곤의 나락에서 구해준 미국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전쟁과 분단, 냉전 대결구도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으로 새로운 점령군에 가까웠던 그들이 제주4·3 등 한국현대사에 남긴 족적은 상호성이나 평등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란 부제를 단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에서 한국 사회 내부에서 유구하게 흘러온 대미 인식 체계를 살피고 한·미 동맹의 신화를 파헤쳤다. 양면적이지만 두 개의 얼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한·미 관계의 역사를 차례로 훑으며 건강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첫 만남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이었다. 그로부터 2021년 현재까지 두 나라는 햇수로는 139년, 세기로는 3세기에 걸친 관계를 맺어 왔다. 하지만 그는 긴밀한 관계에서 출발한 동맹이 한국에게 중독이 되어 버렸다며 이를 '가스라이팅' 현상에 비유했다. 한국은 종합국력이 세계 10위권이고, 북한보다 40배의 군사비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도움 없이는 생존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를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국력이나 대외 환경의 변화와 상관없이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저자는 합리성과 국익의 실용주의가 작동하기 어렵고 모든 영역이 한·미 동맹으로 환원되는 현실에서 한·미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의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반미도 친북도 아닌 합리성의 확보이자 제도화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이 한국을 혈맹이자 친구로 본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으나 미국은 역사적으로 동맹을 동등한 친구로 대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4년이 동맹은 영원할 수 없고 국익을 초월한 신화는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듯, 바이든이 등장했다고 동맹을 국익 이상의 신화로 되돌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했다. 창비. 2만4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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