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다재다능한 지도에 담긴 '선의의 거짓말'

[책세상] 다재다능한 지도에 담긴 '선의의 거짓말'
마크 몬모니어의 '지도와 거짓말' 3판
  • 입력 : 2021. 12.2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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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이 불가피한 정보 매체
우리가 몰랐던 지도의 본질


지도는 복잡한 3차원의 세계를 평평한 종이나 화면에 나타내는 그림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을 속일 수 밖에 없다. 지도는 실제에 대한 축소 모형이기 때문에 기호를 사용하게 되고, 그러한 기호는 대개 해당 사물을 축소율보다 더 크게 혹은 더 두껍게 표현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선택적이고 불완전한 재현이 이루어진다. 유용하고 진실한 정보를 알려주는 지도는 그렇게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

마크 몬모니어의 '지도와 거짓말'은 이 같은 지도의 본질을 담고 있다. 지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는지 살핀 책으로 1991년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디지털 시대의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관련 내용을 보완해 3판을 출간했다.

지도는 기본적으로 정보 전달 매체이지만 동시에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수단이 된다. 지도는 시각적 자극물이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그래픽 표현물이다. 또한 지도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 후원한 사람, 발행한 사람들에 관한 메시지를 미묘하고도 은근한 방식으로 표출한다. 박사학위 논문이나 학술지에 실린 지도에는 학술적·과학적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화려함을 뽐내는 18세기 스웨덴 지도는 응접실을 꾸미는 장식일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반도 혈통에 대한 집주인의 자긍심을 표상한다. TV 뉴스 진행자의 배경이 되는 세계 지도는 해당 방송이 국제 뉴스 취재에 뛰어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저자는 지도의 다재다능함과 이중적 역할, 왜곡과 오도의 능력을 이해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해도 지리적 사실을 탐색하고 설명할 수 있게 해 주는 지도의 본원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선의의 거짓말은 지도학적 언어의 본질적인 요소이며, 분석과 의사소통에 있어 엄청난 유용성을 가진 하나의 추상"이라며 "언어나 수학과 마찬가지로 지도학적 추상 역시 혜택과 비용을 동시에 가져다준다"고 글을 맺었다. 이상일·손일 옮김. 푸른길. 1만6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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