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릴 날을 기대하며

[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릴 날을 기대하며
  • 입력 : 2022. 03.09(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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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관심이 많다. 아마 내가 유일하게 욕심내는 게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독립해 살면서는 3년 이상 같은 집에 살아본 적이 없다. 일상의 루틴을 바꾸는 새로운 공간 경험은 느슨해진 스스로를 정리하고 기분 전환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사는 곳은 내 개인의 선택이니 그렇다 치는데, 디어마이블루는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완전히 다르다.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게 처음부터 다 만들어야 하는 상업 공간인지라 2년마다 한 번씩 휙휙 옮기는 건 집 이사와는 비교도 안 되게 경제적으로, 체력적으로 손실이 크다. 무엇보다 그 공간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손님들이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들에게는 매일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어떤 변화는 반갑지 않거나 혹은 나쁘다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디어마이블루는 3년을 서울 서교동 어느 골목에서, 제주 이전 후에는 지금까지 5년째 애월 고내리의 같은 자리에서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천천히 이전을 준비 중이다. 정확한 시기나 지역에 대해선 열어두고 있긴 하나, 사실 내가 더 고민되는 지점은 어디로 갈 것이냐에 대한 물리적인 부분보다 형태적인 부분이다.

디어마이블루가 서점으로서 해보고 싶었던 실험은 지금의 공간에 최적화돼 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200종의 책만 소개하는 콘셉트라든지, 진열 책들은 모두 샘플 책으로 내가 구입한다든지, 야외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피크닉서점이라든지, 책은 사고 커피는 다른 데서 가져와서 마실 수 있는 형태라든지 등은 공간이 바뀌면 모두 버려야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디어마이블루의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정체성을 과연 '오로지 서점'으로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지점까지 흔들리고 있다. 만 4년을 해본 결과 책 외에 아무것도 팔지 않는 지금의 형태로는 잘해야 '유지'만 가능할 뿐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서점으로서는 이 '유지'만도 대단한 것이라는 걸 안다. 카페들도 2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 수두룩한데, 커피도 소품도 하나 팔지 않고 오직 책만 팔면서 한자리에서 버텼으니 말이다.

2018년에 서점을 열면서 처음 칼럼 제안을 받았을 때는 내가 언제까지 서점을 할 수 있을지, 또 언제까지 칼럼을 쓸 수 있을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는데 벌써 5년이 되었다. 이 칼럼을 끝으로 제주 서점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 단락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제주 서점 창업 붐의 초창기부터 그동안의 변화를 소개해온 글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디어마이블루가 어느 곳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권희진 디어마이블루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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