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뛰어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뛴데다 개인서비스, 외식물가 등 물가 상방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며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5일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3월 제주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도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했다. 2008년 10월(5.2%) 이후 최고 상승률로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4개월 연속 4%대를 보이던 데서 상승폭이 더욱 확대됐다. 특히 제주 물가는 전국평균 상승률(4.1%)보다 1.1%포인트(p) 높아 17개 시도 중 상승률 1위로 나타났다.
1년 전에 견줘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품목은 기름값 등 연료비였다. 경유 가격이 38.7% 상승한 것을 비롯해 휘발유(27.3%), 자동차용LPG(19.5%), 등유(58.6%), 취사용LPG(17.4%)가 급등했다. 정부는 기름값 급등에 따른 서민 교통비와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작년 11월부터 올 4월까지 한시 시행중인 유류세 20% 인하를 5월부터 7월까지 인하폭을 30%로 확대한다고 5일 밝혔다. 또 경유가격 상승에 따른 영업용 화물차, 버스, 연안 화물선 등 물류업계의 부담 경감을 위해 유가 연동 보조금을 3개월한 한시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폭이 30%로 확대해도 현재 20% 인하율과 비교해 ℓ당 83원 더 낮아지는 수준이어서 1900원 중반대로 소비자의 가격인하 체감도는 미미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5일 도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2029원, 경유는 1981원이다. 1년 전(휘발유 1631원, 경유 1422원)에 견줘 휘발유는 398원 비싼 수준이다. 경유값은 559원 오르면서 1년 전 ℓ당 209원 차이나던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현재 48원으로 가격차가 줄었다.
또 3월 도내 돼지고기(7.9%), 수입쇠고기(18.7%), 빵(9.2%), 국수(53.7%), 달걀(11.4%) 등 식료품과 소주(5.3%), 맥주(2.6%), 막걸리(13.8%) 등 주류가격이 오르자 생선회(외식:17.3%), 쇠고기(외식:10.5%), 된장찌개백반(10.5%), 햄버거(10.4%) 등 외식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보험서비스료(13.4%), 미용료(3.2%), 샴푸(15.5%), 세탁료(10.2%), 간병도우미료(15.8%), 키친타월(14.3%) 등의 가격 상승폭도 커 '월급 빼곤 다 오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반면 코로나발 소비침체 등으로 파(-45.3%), 고춧가루(-22.2%), 양파(-42.4%), 고구마(-35.3%), 호박(-16.9%)은 1년 전보다 가격이 폭락해 제주산 양파 등 일부 품목은 시장격리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3월 도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5.6% 상승했고, 신선식품지수는 0.6%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석유가 가격의 오름세 확대가 이달 전체 물가상승률을 0.53%p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와 곡물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불안요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고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의 인상 추이 등을 볼 때 다음달에도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