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혈액투석 환자의 혈관 관리

[이길수의 건강&생활] 혈액투석 환자의 혈관 관리
  • 입력 : 2022. 06.22(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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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신부전으로 인한 혈액투석환자 수가 한국에서만 10만명을 넘어섰다. 신부전은 관리가 소홀할 경우 만성적인 콩팥의 기능부전으로 요산을 배출하지 못해 요독증으로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신장이식 방법은 큰 비용과 공여자 문제로 인해 활성화 되지 못한 반면 혈액투석 방법은 투석혈관만 제대로 관리된다면 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으므로 보편화 됐다. 그러나, 동정맥루라 불리는 투석혈관이 막히거나 기능을 하지 못해 며칠이라도 투석을 못한다면 고칼륨혈증과 같은 무서운 합병증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래서 혈액투석환자에게 투석혈관은 '생명을 지켜주는 선'이다.

투석혈관은 자가혈관을 이용하거나 인조혈관을 사용해 만들 수 있다. 자가 혈관으로 수술을 하면 혈관 성숙화 과정(maturation)을 6주간 거치는데 20% 정도에서 실패 할 수 있다. 인조혈관으로 수술 할 경우 이 성숙화 과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목욕이나 일상에서 감염의 위험이 높고, 한번 감염되면 대부분 동정맥루 자체를 못쓰게 되므로 생활의 제한점도 많다. 무엇보다 평균 사용가능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술과정이 쉽다고 인조혈관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자가혈관을 이용한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최선이다.

투석혈관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병원에서 알아서 해 주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본인이 관리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 못지않게 투석혈관 관리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일 아침마다 투석혈관의 떨림음을 직접 체크해야 한다. 떨림음이 평소보다 약하거나 떨림음 없이 맥박만 갑자기 만져지는 경우 협착이나 폐색을 의심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조기에만 발견된다면 거의 대부분 간단한 풍선확장시술로 다시 살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4~6개월 정도 간격으로 주기적 혈관초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비침습적이고 혈관전장에 걸쳐 혈류의 이상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사법이다. 투석 전후 혈전이 생겨 막히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혈전을 녹이거나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투석 중 손이 저리거나 평소 동정맥루가 있는 손이 차갑고 창백하다면 스틸현상(steal phenomenon)을 의심해야 한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동정맥루 수술만 잘 되면 오랫동안 투석을 잘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서 관리하는가가 몇배 더 중요하다. 꽃씨를 뿌린다고 모두 꽃으로 피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에 대한 가족의 지지와 협력이 없어서는 안된다. 다행히 과거에 비교해 보다 더 전문화되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병의원들이 제주도 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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