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택의 현장시선] 몰 죽은 밭에 들지 말라

[문윤택의 현장시선] 몰 죽은 밭에 들지 말라
  • 입력 : 2024. 11.29(금) 01:30
  • 임지현 기자 hijh52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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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인간 수명이 담긴 저승 문서인 적베지를 까마귀는 이승에 전달해야 한다. 적베지 배달을 맡은 까마귀가 말 추렴하는 곳을 지나다가 싱싱한 말고기를 얻어 먹으려고 정신 팔려 있다가 그만 적베지를 잃어 버렸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허튼 데 정신이 팔린 사람들에게 '말 죽은 밭에 들었다'고 한다. "차례차례 이승에서 저승으로 데려오라"는 염라대왕의 명령을 잃어버리고 아무렇게나 외쳐대는 바람에 인간수명이 엉망이 돼버렸다. 그 벌로 회초리를 맞은 까마귀는 아직도 어그적거리는 걸음을 걷는다. 까마귀가 울면 좋지 않고, 까마귀는 죽음을 가져 온다는 속설이 생겨 난 것이다.

요즘 용산의 대통령 부부를 보면, 적베지를 잃어버리고 아무렇게나 던진 막말로 인간 수명을 어지럽힌 '몰 죽은 밭에 든 까마귀'같다. 국민들의 아주 작은 소망은 '등 따시고 배부른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런 바램으로 대통령이 됐건만 그 본분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몰 죽은 밭을 옮기고, 대통령과 영부인이 역할을 바꿔도 잘 하고 있단다. 검사들이 칼 들고 국민들을 겁박하고, 나라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사과 한마디 없다. 일제 전범기업들이 내야 할 강제동원 배상금을 제3자 변제로 해결해주고, 조선의 젊은이들이 강제 동원돼 개죽임을 당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응원해주는 윤건희 정부를 어찌해야 하는가! 사도광산 추도식 과정에서 받은 모욕은 오로지 국민들 몫이다. 전쟁범죄의 직접적인 피해국이 앞장서서 가해국에 적극 협조하며 면죄부를 주는 참 해괴한 나라다. 까마귀는 잠깐 딴 데 정신을 팔아서 인간 세상을 어지럽혔는데, 5년 내내 몰 죽은 밭에서 헤매는 이 까마귀를 어찌할꼬? 오호 통재라.

"등 따시고 배부르면 지가 주인인 줄 안다"는 어느 재벌의 고약한 말뽄새가 있었다. 정작 나라의 주권을 가진 주인인 국민들은 등 시리고 배고픈데, 본분을 잊은 정치 까마귀들은 주인 행세하며 등 따시고 배부르게 돌아다닌다. 벌써 회초리 맞을 준비를 하는지 어그적거리며 국민들 앞에서 거들먹 거린다. 여의도에 있는 본분 잃은 '몰 죽은 밭에 든 까마귀'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고물가, 고금리, 죽어가는 서민 경제와 금방 다가올 난방비 폭탄 등 어느 것 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갓 죽은 싱싱한 '말고기'만 탐하고 있다.

더욱 씁쓸한 것은 법과 원칙 운운하는 정치 검찰들과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한 손에는 기울어져 쓸모없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죄지은 자가 아닌 다쳐 쓰러져 가는 정적들을 향해 휘두르는 칼을 들고 있는 것 같다. 정작 정의의 여신 디케의 잘못이 아니고 용산을 중심으로 한 본분 잊은 정치 까마귀들 때문은 아닐까? 아무리 견고한 둑이라도, 바늘구멍 만한 곳에서부터 무너져 내린다.

이미 국민들에게 그 둑은 무너졌다.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이사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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