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우도(牛島)와 성산읍을 잇는 4.53㎞의 케이블카 설치계획서가 도청에 제출됐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과거의 논란이 됐던 한라산, 비양도의 케이블카 설치사업들이다. 케이블카 설치사업의 끊이지 않는 계획 추진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제주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5.16군사혁명정부가 들어선 후 조직된 국가재건최고회에서 임명, 파견됐던 김영관 전 도지사 시절로 거슬러 간다. 김영관 전 도지사는 1963년 1월 도정발표에서 일주도로 확포장을 비롯해 항만 확장,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관광호텔 신축 등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주목할 것은 계획 속에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계획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라산을 최고의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방식 중의 하나가 케이블카였다. 당시만 해도 관광은 인위적인 개발을 통한 유흥과 놀이 중심의 공간개발이 관광의 주류를 이루었던 시대였기에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설치는 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관광개발의 수단이 됐을지 모른다. 다행히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는 다시 백지화됐다.
이후 수 십년이 지나 2009년에 들어서 다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제주사회의 논란됐다. 당시 환경, 경관, 경제분야전문가로 TF를 구성해 타당성을 검토했고 도지사에게 전달한 건의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검토대상이 됐던 영실노선 시점부 권역의 시설들로 인해 천연림 훼손이 큰 환경적 영향요인이며, 둘째 중간지주 설치와 종점부 시설로 인해 한라산 아고산대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하는 선작지왓의 큰 훼손이 우려된다. 셋째, 한라산 정상 및 선작지왓의 근거리 경관훼손이 크고 1100도로에서 바라보는 중거리 경관 또한 지주구조물의 노출정도가 크다. 넷째, 한라산 로프웨이는 환경보호시설보다 이용시설로써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한라산의 보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백지화됐다. 경제적 관점보다는 경관과 환경훼손의 우려를 수용한 것이었다.
이어서 2013년에는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제주도에 제출됐고 논란이 됐으나 이 역시 비양도 케이블카 선로가 절대보전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계획으로 인해 백지화됐다. 수년이 흘러 이제는 우도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하니 제주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우도를 소가 머리를 내밀고 누워 있는 형상에서 붙여진 것처럼, 땅이 만든 지형과 풍경, 그리고 바다와 함축돼 있는 장소이다. 2019년 해양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면서도 연륙교와 해중전망대 설치,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인위적인 관광시설물을 설치해야 만이 개발되고 발전한다는 강박관념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제주사회에 여전히 케이블카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아닐까!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