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의 문화광장] 나를 부끄럽게 하는 내안의 우월 콤플렉스

[박태수의 문화광장] 나를 부끄럽게 하는 내안의 우월 콤플렉스
  • 입력 : 2022. 07.26(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지금까지 살면서 필자의 내면에는 남을 불편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소위 남을 우습게보거나 건방을 떠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 원인이 '이것 때문이야'라고 알지 못했다. 이번 칼럼을 통해 그 무엇을 살펴보고자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자취생활을 하느라 바깥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대문 밖에서 낯모르는 학생 하나가 "어이, 너 이리 나와" 하지 않겠는가. 선배 같았다. 무슨 일인가하는 마음으로 밖으로 따라 나갔다. 얼마쯤 가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너 이 새끼 건방져"하면서 강하게 때리는 게 아닌가. 나는 놀라고 아프기도 하여 "아야!"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고 그는 달아났다. 뭣 때문에 건방지다고 하는지 모르고 맞았다. 지금도 그 때 '건방지다'라는 말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스물여덟 살 늦은 나이에 대학에 편입해 열심히 공부할 때였다. 같은 편입생들끼리 어울리다 싸움이 벌어졌다. 그 때 한 친구로부터 "태수, 너 건방져, 네가 뭐 그렇게 대단해"라는 말을 들었다. 멱살이 잡히고, 발길이 올라오는 험악한 상태까지 갔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싸움이었지만 싸움의 핵심은 내가 건방을 떨었다는 거였다. 내가 그런 일을 당할 정도의 건방을 떨었는지는 지금도 확연하지가 않다.

또 하나,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가기 전 잠시 고등학교 교사를 한 적이 있었다. 부임해 얼마 되지 않아 환영식을 할 때였다. 비슷한 나이의 동료교사와 술잔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시비가 붙어서 멱살이 잡혔던 기억이 있다. 그 때도 명분은 '내가 건방지다'는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은 짧은 만남이었을 텐데 나의 어떤 행동이 건방지게 보여서 그를 기분 나쁘게 한 것일까? 그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반복돼 일어났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나는 괜찮은 놈'이라는 우월감을 갖고 자랐다. 이러한 우월감은 애들러(Adler)의 우월 콤플렉스와 관련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지니는데 이를 가상적인 최종목표라고 했다. 다만 이러한 목표는 개인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수준에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월감은 내 안의 열등감을 보상하고 우월성을 추구하기 위해 가상적인 목표를 추구한다. 이 때 비현실적이고 주관적인 우월 콤플렉스가 작용해 내 삶을 우월하게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콤플렉스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이 나이가 되도록 우월 콤플렉스로 인해 나도 모르게 부적응적인 행동을 하며 살아왔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살면서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려 바르게 행동했다면 스스로 떳떳했을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호감을 가지고 다가왔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월 콤플렉스를 알아차려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고자 한다.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9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