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어 소회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어 소회
  • 입력 : 2022. 08.03(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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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요즘 제주어의 위상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한때 국어의 표준화 정책에 밀리고, 변방의 하찮은 사투리로 취급된 적이 있다. 가난하고 교양 없는 사람들이 쓰는 말로 치부된 적도 있다. 지금은 '국어기본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역어 보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2007년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가 제정된 이래, 이에 근거한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과 '제주어 교육 활성화 조례'가 여러 해 동안 시행 중이다. 도지사가 고시한 '제주어 표기법'과 수준급의 제주어 사전들이 길잡이로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제주어와 관련된 기관과 단체도 여럿이며, 관련된 행사와 사업도 많고, 제주어 드라마도 나왔다.

필자는 학문적으로 제주어에 문외한이다. 제주어를 쓰는 전형적인 시골에서 성장한 경험이 제주어와 관련된 유일한 자산이다.

성인 생활의 대부분을 외국 말과 함께했다. 5년 전 제주어보전회가 운영하는 기본교육을 수강하며 제주어와 인연을 맺었다. 별 기대 없이 참여한 교육에서 제주어가 품고 있는 가치들을 보았다. 제주의 역사와 전통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의 힘든 삶과 이를 이겨낸 지혜, 자냥(절약)과 수눔(수눌음, 품앗이)의 정신, 고운 말과 언어의 체계, 예의와 겸손, 강단과 체념, 선린과 자연사랑, 혜학 등이 그것이다. 우리말 사랑이 국민의 도리이듯, 제주어 지키기가 토종의 사명이라 여기게 됐다.

한편, 제주어의 현실에는 부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제주어는 정확히 무엇이냐, 방언이지 왜 독립어냐, 지켜야 할 이유는 무엇이냐' 등 따짐조의 질문들이 있다. 필자도 예전에 가졌던 생각들이다. 제주어를 공부하면 충분한 답을 얻게 된다.

정작 큰 문제는, 제주어의 전파력이 큰 곳에 있다.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제주어를 오남용하거나, 자신의 표현과 표기가 기준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이런 예는 문학작품과 유튜브 등에서 주로 보인다. 언어는 하나인데 내용과 표기가 다양하고, 명칭도 '제주사투리, 제주방언, 제주말' 등 여럿이다. 이런 우려에 그분들은 보통 언어가 어려우면 지키지 못한다고 답변한다.

제주어의 보호와 유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바람들이 있다.

제주어가 낯설거나 어렵다고 여기는 분들은, 국어 공부와 비교해서 그 열정, 시간과 노력을 제주어에 투자해 보면 좋겠다.

또, 사회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정확성과 유창성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제주어를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제주어에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제주어의 바른 사용에 앞장서 주면 좋겠다.

아울러 추진 중인 '제주어대사전'의 편찬과 '제주어표기법'의 개정 사업이 조속히 완료돼 모두가 통일된 제주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참 좋겠다. 제주어가 바르게 보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종실 (사)제주어보전회 이사장·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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