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의 목요담론]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이호진의 목요담론]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 입력 : 2022. 08.25(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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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연일 안타까운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 반지하 주택의 장애인 일가족의 죽음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일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의 흥행으로 우리나라 반지하 주택이 세계적 관심을 일으킨 적이 있다. 반지하 주택은 6·25 전쟁 후 거주 공간에 방공호가 필요하게 됐고, 지하에 방공호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처음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세월이 흘러 서울, 대도시 지역의 인구 밀집과 가파른 주거비 상승의 이유로 지하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하기 시작하면서 반지하 주택이 저소득층의 거주공간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반지하 주택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 화장실이 방보다 2~3계단 위에 있어 특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화장실을 오르내리실 때 매우 위험하다. 이에 주거복지센터가 있는 지역에서는 화장실 가는 길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러움 방지처리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습기로 인한 곰팡이 발생은 해결방법이 없다. 도배·장판을 교체해도 곰팡이가 슬고, 습기가 차는 문제는 지하에 거주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게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이번 폭우 수준이 아니라 비가 조금만 와도 지하방 바닥에 빗물이 스며들기도 한다.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로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의 인명, 재산 피해가 속출하자 서울시에서는 '앞으로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지하 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취약계층의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제주지역은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지하나 반지하 주택은 수도권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지하층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제주지역 내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거주하는 자는 오피스텔(1만73가구)을 제외하고 1만1967가구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택 이외 거처는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주 공간으로 오피스텔을 비롯해 호텔,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 기숙사 및 특수사회시설,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임을 감안할 때, 손 놓고만 있을 상황은 아니다.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인적·재산적 손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남의 일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제주지역 역시 상습침수지역 내 주거취약계층 현황조사 등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택 이외 거처 거주자를 비롯해 반지하 등 거주자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하는 등 제주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및 재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호진 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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