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속절없이 잠긴 건물과 전기 끊긴 '공포의 밤'

[르포] 속절없이 잠긴 건물과 전기 끊긴 '공포의 밤'
제11호 태풍 힌남노 제주 강타하며 침수·정전 등 피해 속출
폭우에 하수구 역류하고 도로 빗물까지 들이치며 건물 침수
1만8000가구 밤새 정전 피해 발생 "뜬 눈으로 밤 지새웠다"
  • 입력 : 2022. 09.06(화) 15:54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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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9시56분쯤 제주시 삼양동의 한 건물 지하로 빗물이 들이치며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6일 오전 침수 현장에는 대부분의 빗물이 배수됐지만 벽면에는 빗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김도영기자

[한라일보] "3~4일 전부터 비가 내릴 때 도로에서도 물이 넘어왔다. 어제는 많은 비에 하수구까지 역류하며 지하로 물이 들어찼고 어쩌면 좋을지 큰일이다."

80대 어르신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배수작업을 하던 아들은 회사에 출근하느라 자리를 비웠고 지하 바닥에는 아직 다 퍼내지 못한 물이 흥건했다.

6일 오전 제주시 삼양동의 건물 침수 현장은 발목이 잠길 정도의 빗물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난 5일 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한 호우에 하수구에서 역류한 빗물과 도로에서 넘어온 빗물까지 속절없이 지하 창고로 쏟아져 들어갔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9시56분쯤 침수 신고를 접수하고 즉시 출동해 배수펌프를 이용 약 20t가량의 배수 지원을 실시했다.

창고로 사용한 건물 지하는 침수로 인해 물품 피해가 발생했으며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까지 들어찼던 빗물의 흔적이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태풍 힌남노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1180㎜, 제주시 오등동 379.5㎜, 표선면 가시리 410㎜ 등 제주 전역에 많은 비를 뿌렸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6일 오전 11시까지 총 42회의 배수 지원을 실시해 407t의 빗물을 퍼냈다.

지난 5일 밤 정전 피해가 발생한 제주시 연동 일대의 모습. 독자 제공

태풍과 함께 찾아온 정전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떤 이들도 있었다.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 씨는 "5일 밤 11시30분쯤 정전이 시작돼 6일 아침 9시까지 이어졌다"며 "엄청난 바람 소리에 공포감을 느꼈고 캠핑용 랜턴에 의지해 버틴 지옥 같은 밤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시 연동에서 정전 피해를 입은 30대 여성 B 씨는 "지난해 태풍 때도 정전이 있었는데 올해가 더 심한 것 같다"며 "밤새 잠을 설치며 길고 긴 태풍의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지나간 제주는 5일 밤부터 1만8000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7시17분쯤 제주시 인화동 일대 150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긴 것을 시작으로 6일 현재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조천읍 조천리, 애월읍 상가·중엄리, 건입동과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하례리, 대정읍 신도·무릉·신평·영락리 등 모두 1만8053가구(제주시 1만3845가구·서귀포시 4208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정전은 강한 바람에 전선이 끊어지면서 빚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전력 측은 정전이 발생하자마자 긴급 복구에 나섰으며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모든 전선에 대한 복구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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