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폐암치료가 갑자기 달라졌다

[한치화의 건강&생활] 폐암치료가 갑자기 달라졌다
  • 입력 : 2022. 10.12(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동갑내기 지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동생이 폐선암 4기를 진단 받고 항암치료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면서 늑막과 심장 주변에 물이 찼다고 말했다. 암조직의 유전자검사를 했느냐고 물어보니 ALK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고 추가 검사로 뇌나 뼈, 간 등에는 암이 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수술치료 대상이 아니지만 효과가 빠르고 뛰어난 표적항암치료제가 있으니 담당 선생님이 지시하는 대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안심시켰다. 2주 뒤, 별다른 부작용이 없이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고 전화가 왔다.

폐암은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고치기 참 어려운 병이다. 잔기침이 나오고, 피 묻은 가래가 나오고, 목소리가 쉬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 증상들은 이미 병이 상당히 깊어진 폐암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증세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폐암은 병이 상당히 깊어진 3기나 4기에 발견된다. 4기 폐암은 완치를 기대하기가 불가능해서 증상들을 덜어주고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목적으로 항암치료를 선택한다. 주변에 암이 상당 퍼져있는 3기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료 수단들을 모두 동원한다.

제일 먼저 암이 발생한 장소와 주변까지 모두 제거하는 광범위 절제수술을 한다. 수술을 해도 주변에 암세포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 때문에 추가로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한다. 근래에는 암의 크기를 최대한 줄여서 완전한 절제 수술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광범위 절제수술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먼저하고 수술을 하는 선행항암 및 방사선치료가 자주 시행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환자들에서 암이 처음 생긴 장소 주변이나 다른 장기들에 재발이 일어난다. 그러나 근래 기존의 치료제들보다 독성이 적고 효과가 뛰어난 새로운 작용 방식의 항암제들이 계속 개발되면서 환자들은 부작용을 적게 겪으면서 더 오래 사는 기회를 갖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항암제들이 첫째 암세포의 돌연변이 유전자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선택되는 표적치료제들이며, 둘째 암세포들만을 골라서 파괴하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들이 최대로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면역관문억제 항체주사제들이다. 이들 덕분에 4기 폐암의 표준치료지침이 수년 전부터 확 바뀌었다. 이제는 폐암 조직을 얻으면 몇 가지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분석과 면역자극치료항체의 적용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를 한다. 이와 함께 암이 있는 부위를 정밀하게 조사하기 위한 방사선치료장비와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발달해서 까다로운 부위(뇌, 척추 등)에 전이를 일으킨 암병소의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는 지난 몇 년간 너무나 빠르게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있더라도 금연을 통해 얻어지는 암 예방 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금연과 조기발견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최선이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약종양내과>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85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