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워딩’의 가치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워딩’의 가치
  • 입력 : 2022. 10.19(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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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워딩'은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는 구체적인 언어 표현'이라고 '우리말샘'은 설명하고 있다. 요즘 우리말의 범위를 벗어난 어휘들이 시중의 저급 매체들뿐만 아니라 정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오남용되는 외래어와 외국어, 우리말과 혼용되며 쓰이는 국적 불명의 언어,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축약어 등을 보다 보면 우리말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이 '워딩'은 어느 신문의 글, "정치인들의 말, 이른바 '워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에서 처음 보았다. 바른 뜻을 찾아보았고, 순화어가 없으니 그대로 사용한다.

'워딩'의 예로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도둑이 잡은 도둑은 도둑이 아닙니까?" 얼마 전 작고한 어느 석학이 대학 시절에 자신의 은사와 벌인 논쟁을 다룬 일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학생은 은사의 논문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지적하는 글을 썼다. 그 글에 맞춤법이 틀린 게 있었는지, 은사는 이를 지적했고. 학생은 은사에게 저렇게 반박했다고 한다. 표현이 과연 그분의 글답게 기발하다고 여겼었다. 이런 글귀가 광고의 문안인 '카피', 행사 진행자가 사용하는 '멘트', 주의를 끌기 위해 사용하는 '캐치프레이즈' 등이 아닌 '워딩'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좋은 '워딩'은 길이가 짧지만 적절한 상징과 비유로 내용을 전달한다. 원저자들의 상황 파악 능력과 수준급의 언어 표현으로 재미와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예를 하나 더 보자. 요즘 많이 듣고 보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표현은 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중반에 정치계에서 빛을 발했다. 앞서 '도둑 운운' 글귀를 함께 놓고 둘을 더 살펴보자. 전자는 '도둑'을 들였는데 불쾌하지 않고, 후자는 '로맨스'와 '불륜'을 품었는데 퇴폐적이지 않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도둑 …'에서는 '서로의 믿음과 이해'가 느껴지고, '내가 하면 …'에서는 '이기심과 적대감'이 보인다.

'워딩'이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요즘 일부 '정치인들의 말, 이른바 워딩'들을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눈과 귀를 다 닫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보거나 듣게 된다. 그런데 때로는 어떤 동물들을 함께 거론하면서 모욕감과 괴로움을 준다. 그래서 바람이 있다. 진정성과 사실이 담기고 판단은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위 '유체 이탈'을 상기시키는 말장난이나 선문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한다. 거기에다 맛까지 좋으면 오죽 좋을까. '워딩'이 이런 맛 좋은 떡이었으면 좋겠다. '가치'의 뜻에는, '쓸모' 외에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 있다. '워딩'은 어느 면으로든 작자의 품위를 드러낸다. '워딩'의 가치를 '계략'이 아니라 '지혜'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이종실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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