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의 문화광장] 부산비엔날레 관람기

[이나연의 문화광장] 부산비엔날레 관람기
  • 입력 : 2022. 11.01(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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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직접 주관하는 비엔날레를 코 앞에 두고 다른 지역 비엔날레에 이런저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걱정이다. 좋은 얘기만 할 참이니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수준의 리뷰를 한번 써보려 한다.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은 비행기를 타야 하니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사실은 ktx보다도 가뿐하다. 특히 본전시관이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역보다 김해공항과 가깝기 때문에 더욱 편하다. 출근시간 즈음 비행기를 탔더니, 미술관 오픈 시간인 10시 즈음에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지역을 옮겨 전시를 보는 데까지 2시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이건 꽤 중요한 지점이다. 피로도가 덜한 상태에서 맑은 정신으로 비엔날레급의 대형전시를 본다는 건 전시를 즐겁게 감상하는 데도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과 여성, 도시생태계, 기술변화와 공간성이라는 키워드가 부산이라는 특수한 지역을 통과하며 어떤 작품들이 눈앞에 구체적으로 제시되는지는 현대미술관 1층 전시장을 들어가면서 만나는 필리다 발로우의 작품을 보자마자 단박에 알게 된다. 산업도시 부산의 이미지가 발로우의 조형언어라면 이렇게 구현되는 것이구나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는 시멘트와 철망으로 만들어진 거대 조형물은 부산비엔날레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막시즘을 시적으로 해석해서, 어떤 노동이든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의 화면으로 바꿔 제시하는 미카 로텐버그의 영상작업도 주제에 적합해 보였다. 김지곤의 다큐멘터리도 한참이나 시간을 들여 보게 만든다. 부산지역에서 오랜기간 세탁소, 미용실 등의 동네 기반 자영업을 하면서 가게 앞에서 식물을 키우는 이들의 인터뷰를 들려 준다. 감성의 분출구나 소통의 수단으로 식물을 매개 삼는 이야기는 도시 안에서도 주인공이 아닌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탈중심적인 미시 서사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행사에 부쳐 3회에 걸처 온라인 저널도 발행됐다.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와 연계해, 국가/지역, 땅/바다, 과거/미래를 조망해보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소개한다. 전시를 위한 친절한 배경지식을 흥미로운 시각들도 프리뷰해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국 근대화 과정의 역사를 품은 부산이라는 지역 자체를 전세계 시각예술가들의 언어로 재조명하는 장이 한결같이 흥미로웠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부산 지역 출신으로, 부산이라는 지역 자체에 대한 애정과 탄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비엔날레를 구현해 낸 전시감독의 역량을 새삼 높이 사게 되는 지점이었다. 부산비엔날레는 최근 전시감독의 연령대를 대폭 낮추고 참신한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것으로서 전국 비엔날레 시대에서 차별화를 구현하고 있다. 지난 2021바다미술제의 전시감독이 26세인 리티카 비스와스였다. 이번 2022현대미술전 전시감독은 42세의 김해주다. 난무하는 비엔날레에 지친 이들이 제기하는 비엔날레 무용론 시대의 해답은, 부산비엔날레의 예로 보건대, 세대교체인 듯하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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