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아카이브(archive):'시대성'과 '활동성'의 기록

[김태일의 월요논단] 아카이브(archive):'시대성'과 '활동성'의 기록
  • 입력 : 2022. 11.14(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불특정 다수인이 공유하면서 공간과 장소를 기억하며, 나아가 당시의 시대를 추억하게 하는 것, 이른바 집단기억의 건축에는 시청사, 군청사와 같은 행정건축뿐만 아니라 극장, 시민회관과 같은 문화건축 등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건축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던 시기에 옛 제주대학 본관을 비롯해 옛 제주시청사, 옛 남제주군청사, 옛 현대극장 등은 건축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됐다. 최근에는 철거된 건축물에 대한 복원 논의도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이제 우리사회가 건축에 대한 시각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옛 제주대학 본관의 복원 논의이다. 신임 제주대학교 총장의 공약으로 공론화된 옛 제주대학 본관의 복원 논의는 단순한 건축물 신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대학교의 미래 70년을 향한 장기적인 발전의 큰 틀 속에서 옛 제주대학 본관을 어느 장소에, 어떠한 방식으로 건축할 것이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과제로 남아 있다.

복원 논의과정에 직면하는 새로운 문제는 옛 제주대학 본관에 대한 원도면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복원도면 작성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옛 제주대학 본관 보존논의과정 만큼이나 철거과정에서 제주대학교가 체계적으로 아카이브(archive) 작업을 해뒀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경험 때문에 철거 예정인 제주시민회관은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신축복합SOC시설에 아카이브자료의 전시공간도 검토돼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아카이브(archive)는 가치있는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관리하고 손쉽게 검색,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과거와 현재의 흔적과 가치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과거와 현재를 구성하는 것은 '시대성'과 '활동성'이다. '시대성'이란 과거와 현재의 시점(時點)을 어디에 두는 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간을 축으로 하며 당시 사회에 필연적 혹은 우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사건과 사고, 동시대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활동들이 뒤섞여 시대를 특징짓게 하고 기억하게 하는 시대의 기억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활동성'은 사람을 축으로 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의 결과물에 의해 시대를 특징짓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아카이브(archive)는 단순히 기록하고 기억하는 토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가야할 방향과 방안을 모색하는 작은 단서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미래를 향해 준비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는 동시대의 현 시점(時點)은 과거의 활동과 시간의 오랜 축척과 토대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없는 현재는 존재하기 않는 것이며 현재가 없는 미래는 꿈꾸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에 주목하고 기억해야하는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47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