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의 특별기고] 기상과학과 4차 산업혁명

[김성균의 특별기고] 기상과학과 4차 산업혁명
  • 입력 : 2022. 11.28(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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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부지하운 종우기운(不知何雲 終雨其云). 다산 정약용의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말이다. 미래의 일은 미리 짐작할 수 없다는 뜻의 이 말은,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어느 구름에서 비가 떨어질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일기예보는 참으로 어려운 모양이다.

지난여름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강력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쳤다. 기후위기 시대에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은 기상과학 분야에도 파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용어인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됐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인공지능기술을 필두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블록체인,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기상과학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위해 하루 동안 슈퍼컴퓨터를 통해 생산하는 자료는 2만5000GB를 상회한다. 여기에 24시간 하늘과 우주를 감시하는 기상레이더와 인공위성 등 각종 관측자료를 더해 방대한 자료를 다루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처리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상과학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영역은 6시간 내외의 초단기 강수 예보다. 몇 해 전 구글이 미국 기상청의 2시간 강수 예보보다 정확한 결과를 내놓았을 때, 놀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막대한 양의 자료를 처리하고 예측하는 데 인공지능은 탁월한 성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최근 알파웨더를 초단기 강수 및 태풍 진로 예보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사물인터넷이다. 여기에는 무인 카메라, 자동차 운행 정보, 개인용 기상 관측기기, 그리고 스마트폰 관측 등이 포함된다. 무인 카메라의 정보는 국지 기상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전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와이퍼 작동 여부만으로 해당 지역의 강수 유무를 파악할 수 있고, 강수량 추정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관측도 매우 유용하다. 최신 스마트폰은 위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대부분 기압계를 내장하고 있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 국지 예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 미국의 Cliff Mass 박사는 스마트폰 기압 자료를 활용해 국지 수치예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상과학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현업에 도입됐고,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기상 관측도 확대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 그리고 자료처리 기술이 합쳐진다면 전에 없던 새로운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우리나라 기상과학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 시점에, 국립기상과학원은 그동안의 노력에 더 공력을 더하며 기상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균 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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