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 읽는 화요일] (1) 마지막 눈이 내릴 때(문충성)

[황학주의 詩 읽는 화요일] (1) 마지막 눈이 내릴 때(문충성)
  • 입력 : 2023. 01.03(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황학주 시인이 매주 화요일 시를 들고 독자를 찾아갑니다. 오늘부터 연재되는 '황학주의 시詩 읽는 화요일'이 분주하고 건조하기 쉬운 일상에 생기를 주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 눈이 내릴 때(문충성)

첫눈이 내릴 때 연인들은

만날 약속한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서점에서 뮤직홀에서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더러는

헤어지고 가볍게 그래

마지막 눈이 내릴 때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허연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눈송이

눈송이는 떨어질까

차가운 손 마주 잡고 눈물 글썽이며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말없이

눈 내리는 공동묘지 근처

아니면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아니면 이젠 없어진 뮤직홀에 앉아

나직이 드뷔시나 들으며

마지막 눈 소리나 들으며

삽화=써머



마지막 눈 다음에 내리는 눈은 이내 첫눈이 됩니다. 마지막 사랑이 지나가면 첫사랑이 찾아옵니다. 시인은 '마지막'을 강조하지만 어쩌면 처음 같은 마지막을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시는 미래형으로 쓰여 있습니다.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라는 식으로 표현은 가볍고 쿨하지만 마지막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름답고 절실합니다. '우리'라고 지칭된 그 누군가와 만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인들의 추억 속에 많은 첫눈이 있고, 많은 마지막 눈이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사랑은 끝나지 않았고, 차가운 손을 당신과 '마주 잡고 싶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충분하지 않았으니까요. <시인>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99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