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희의 하루를 시작하며] 공동체적 삶, 식물적 낙관

[권주희의 하루를 시작하며] 공동체적 삶, 식물적 낙관
  • 입력 : 2023. 06.28(수)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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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무더위와 시원함이 공존하는 여름은 사계절 중에서도 푸르름이 무성하다. 각별히 제주의 여름은 고온다습한 기후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도 유일한 수종을 다수 품고 있으며 '천혜의 땅'이라 불릴 만큼 자연의 미감이 빼어나다. 휴가철이 가까워짐에 따라 제주에는 국·내외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거리에서는 외국인들의 대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한산했던 섬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듯하다.

특히, 관광 명소만이 아닌 원도심의 곳곳을 찾아 여유를 만끽하는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원도심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타인의 삶이 겹겹이 더해진 곳이다. 현재에는 옛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목적에 따라 내부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업종의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원도심 곳곳에는 다년간의 노하우로 자리를 잡은 상점들이 있고 골목마다 다채로운 신생 공간이 등장하고 있어 여행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소소한 관광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즉, 지역의 전통 위에 현대의 문화가 스며든 하나의 현상이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보며 제주라는 섬의 문화적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과 역사적인 경험에 의해 형성된 민족 정신이 내재돼 있다. 이것은 공동체적 유대감을 기반으로 다양한 요소와 결합하면서 여러 형태로 발현된다. 예를 들면,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변방의 설움, 외세의 침입. 그로 인한 역사적 저항 의식은 '괸당 문화'를 형성했지만 인구의 유입과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또 다른 특성으로 인해 토착민과 이주민이 공존하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낸다. 즉, 지역의 문화는 고정되고 영원히 불변하는 개념이 아니라 주변과 사회문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제주의 삶은 제주의 숲과도 닮아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토양과 더불어 유일한 수종이 자라고 외부로부터 이식된 식물들이 공존한다. 토종과 외래종은 다양한 이유로 응집해 조화를 이루고 토양, 햇살, 바람과 같은 자연적인 요소를 더해 우리가 찾는 울창한 숲이 된다. 제주도는 지구에서 작은 섬에 속하지만, 수많은 개체가 교차하고 교류되는 장소다. 그러므로 섬이 자아내는 울창한 숲처럼 풍성한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제주를 찾는 이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경험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한다. 인구의 이동이 가장 많은 여름, 이주민이나 여행객들은 지역민들에게 내재한 겹겹의 삶을 들여다보기를, 지역민들은 외부인들을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다양한 개체가 조화를 이루는 울창한 숲은 인간에게 안정감을 선사해 준다. 푸르고 무성한 식물의 낙관적인 특성을 마주하며 공동체적인 삶을 위해 개인이 이행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절이었으면 한다.<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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