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독립 해양국가 탐라, 그 천년의 역사·기억을 깨우다

고대 독립 해양국가 탐라, 그 천년의 역사·기억을 깨우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섬나라 탐라' 특별전
굿의 본풀이, 역사서, 고지도, 문집 등 통해
고대 해양 독립국의 자취 다각도로 집중 조명
  • 입력 : 2023. 07.16(일) 13:28  수정 : 2023. 07. 16(일) 19:53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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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그동안 잃어버린, 잊어버린 탐라 천년의 역사와 기억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달 18일 개막하는 '섬나라 탐라'특별전을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박찬식 관장이 초대장을 띄우며 건넨 말이다.

'잃어버린 천년을 깨우다'란 부제를 단 이번 특별전은 과거 천 년간 독립적인 국가로 맥을 이어온 '탐라'의 자취를 되살리고자 기획됐다. 제주도립박물관이 처음으로 탐라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라는데에도 의미가 있다.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에서 3~12세기 초 제주도에 존재했던 고유의 독자성을 지닌 고대 독립국가, 동아시아 바다를 무대로 주변국들과의 문물 교역 및 사절 외교를 활발히 펼쳤던 '섬나라 탐라'를 민속·역사·고고·지리학적 측면에서 다각도록 재조명한다.

전시는 총 7부로 구성됐다. 탐라를 다룬 제주도 굿의 본풀이를 시작으로 각종 역사서 및 고지도, 문집, 사진·엽서자료 등에 기록된 탐라의 여러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1부 '탐라의 건국을 노래하다'에선 제주도 굿의 본풀이와 이후 문자 형태로 각종 역사서에 기록된 탐라 건국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물관은 "제주 무당(심방)의 입을 통해 구술된 당신(堂神) 본풀이가 탐라건국신화의 원형임을 살펴볼 수 있다"고 전했다.

2부 ‘탐라도성, 북두칠성을 본떠 설계하다’에서는 탐라를 건국한 삼신인三神人이 우주를 의미하는 원형의 탐라도성耽羅都城 내 북두칠성 형태로 칠성도(대)七星圖(臺)를 세우는 등 전통 우주관을 땅 위에 구현한 것을 영상과 고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성濟州城 내 칠성도를 그린 지도. '제주도濟州圖」' 18세기 전반.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3부 ‘탐라, 역사서에 기록되다’는 문헌에 따라 주호, 섭라, 탐모라, 탐라, 탁라 등 다양하게 기록된 탐라의 호칭에 대해 살펴보고, 탐라국 지배층의 무덤인 3세기 ‘용담동 철제부장묘’의 발굴 출토 양상을 통해 고대 탐라의 초기 면모를 들여다본다.

4부 ‘탐라, 바다 건너 나라들과 관계를 맺다’에서는 5~10세기쯤 바다를 매개로 주변국들과 활발한 대외교류를 통해 독립국으로 기반을 다져나간 작지만 강한 탐라국의 모습을 특별 제작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5부 ‘탐라 고려로부터 독립을 열망하다’에서는 고려의 탐라 통치 이후, 고려 중앙권력과 탐라(제주)민 간의 갈등을 ‘광양왕신의 호종단 척결 전설’을 통해 살펴본다. 또한 잃어버린 탐라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탐라사람들의 항쟁 움직임을 재조명한다.

6부 ‘탐라 고지도에 그려지다’는 조선후기 각종 고지도에 표기된 탐라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제주’가 아닌, ‘탐라’라 호칭한 지도와 함께 지도 내 모흥혈, 삼사석, 칠성도 등 탐라 관련 유적을 그린 지도 등이 전시된다.

7부 ‘탐라의 자취, 회자되다’에서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탐라를 주제로 읊은 여러 시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일선동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성혈 관련 유적 등을 엽서와 사진으로 담아낸 아픈 역사를 들여다본다.

특별전은 특별전시실에서 오는 11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사료 중심의 이번 전시엔 유물 20여점을 비롯 총 70여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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