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기후변화와 제주도 농작물재해보험

[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기후변화와 제주도 농작물재해보험
  • 입력 : 2023. 08.09(수)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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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들어섰다. 올여름은 앞으로 오게 될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했던 여름으로 훗날 기억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기후변화는 해일처럼 다가오고 있다.

버려진 땅에 아무렇게나 심어도 땅이 걸지기만 하면 넝쿨째 굴러들어 오는 호박 농사 마저도 올해는 심각한 수준에 그쳤다. 인류가 배출해 낸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자연의 힘에만 기대어 살아가는 농업인들에게는 한층 더 가혹한 형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작물재해보험법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는 명시돼 있지 않다. 자연재해의 범위에 태풍, 우박, 봄 동상해, 가을 동상해, 집중호우 등이 있을 뿐이다.

제주도는 7월 호우피해 관련 농업 분야 피해신고를 받았으나 그 보장의 범위도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 늘 기준이 없는 보상에는 기대치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도 피해 예상액의 몇 %인 얼마를 지급했다는 구체적인 명시 없이 그저 제주도 피해 농가 전체에 지불했다는 총액을 발표하는 수준으로 그쳤다. 남이 보면 대단히 많은 보상을 해 주는 것처럼 보여주기식 흉내로 그친 감이 적지 않다.

사실 올해 제주도 농사는 긴 장맛비로 인한 일조량 부족과 습기, 섭씨 25℃ 이상의 기온에 그 흉작의 원인을 들고 있다. 이런 까닭에 농업인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상태 속에서는 작물의 생장이 멈춰버리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도 잘하는 사람은 있는 법이다. 물론 삼대가 덕을 쌓아서 그리된 것은 결코 아니다. 언제나 최선은 사전준비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번 기후변화의 악조건을 이겨내어 제법 괜찮은 호박 수확을 거뒀다는 친환경 농업기술 명인 김형신은 "기온이 섭씨 18~20℃만 되면 모든 작물이든 인간이든 컴퓨터든 자동차든 아주 좋아. 그런데 그 이하가 되거나 그 이상이 되면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든. 수정(授精)이 안 된다든가, 병이 갑자기 번진다든가 그렇다는 거지. 올해 우리 호박 농사인 경우는 다른 해 보다 좀 일찍 모종을 심어서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적었고, 수정이 안 되는 것을 대비해서 꿀벌 3만마리 여분의 벌통을 호박밭에 풀어놓고 인위적으로 수정했다는 말이지." 기온이 높다 보니 꿀벌들도 개체수가 적어져서 일벌까지 동원하는 토마토 농가도 있다는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어떤 악조건하에서도 일의 성패 여부는 사전준비 여하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에 제주도정의 '농정분야 유관기관 현안 소통공유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홍보' 공유 같은 이야기는 농사의 성패를 떠난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제 곧 태풍의 계절이다. 날씨 경보나 울리는 것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생각하는 행정의 모습은 이제 그만 끝내는 것이 옳다. 미래 식량 안보를 대비하는 농업인들을 위한 실제 현장 행정이 그립다.<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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