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완성한 그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바닥엔 돗자리가 깔리고, 캠핑용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에 햇빛을 피할 텐트와 우산, 파라솔까지 등장했다. 저마다 '소풍 나온 듯' 즐거운 모습이었던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열린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대회 행사장의 풍경이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눈에 비친 사계 앞바다를 비롯 제주 곳곳의 바다와 상상 속 바다의 모습 등 저마다의 색깔로 제주 바다를 그려갔다. 함께 온 부모들도 이날만큼은 조력자가 아닌 직접 그림을 그리며 동심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그렇게 새하얀 4절, 8절 도화지 위엔 다채로운 빛깔의 바다 그림과 함께 가족, 친구와 함께한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새겨졌다.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 오은지기자
"넓은 바다 담은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이날 참가자들은 "바다 생물에 관심이 많아서 참여하게 됐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 남겨주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바다 심해를 그리려고 미리 바다속 이야기를 찾아보고 왔다", "바다에 쓰레기가 많아서 돌고래들이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 돌고래가 잘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려고 한다" 등 대회 참여 동기를 전했다.
강경윤(의귀초 3) 어린이는 "오늘은 바다가 넓게 보여서 처음으로 4절지에 그림을 그렸다"면서 "하얀 면을 다 채우기 힘들었지만 넓은 바다를 다 담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하윤(만3세, 서귀포시 동홍동 거주) 어린이의 도화지엔 상어와 아기상어, 큰 고래와 불가사리, 파도 등 책 속에서 만난 바다 속 친구들이 채워졌고, 인어공주가 등장한 작품도 있었다.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 이상국기자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 이상국기자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 오은지기자
"30년 만에 그리는 그림... 동심으로 돌아갔던 시간"
40대 유희선 씨(사계리 거주)는 "30여년 만에 그림을 그린다. 중학교 사생대회에서 탄 장려상이 처음이자 마지막 상이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바다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되새기는 시간도 된 듯 하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과 대회장에 오면서 어디에 가고 있는지, 바다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이야기하다보니 바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어 청소기로 깨끗해진 바다' '바다의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란 제목으로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제기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전한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완성한 그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사계 용머리 해안일대에서 열린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대회 참가자들의 작품. 오은지기자
"익숙했던 제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용머리 해안을 보러 온 관광객, 도민들의 현장 참여도 이어졌다.
주말 제주 여행 중 우연히 바다그리기대회에 참여한 20대 관광객은 "익숙했던 제주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없이 제주 여행을 왔지만 걷기나 플리마켓을 즐겼는데 그림그리기 대회는 색다른 체험이었다고 했다.
"제주의 바다는 사진촬영을 위한 공간이었을 뿐인데 그림을 그리려고 좀 더 자세히 보게 됐다"던 이들은 "그만큼 용머리 바다가 기억에 더 많이 남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예정에 없던 참여에 땅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려야했지만 "하다보니 열심히 하게 된다"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제주바다그리기 대회 참가자들. 이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