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프랑스영화제를 키운 사람들

[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프랑스영화제를 키운 사람들
  • 입력 : 2023. 11.03(금)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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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스크린으로의 여행, 가볼 수 없는 세상과 타인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매체로 영화를 꼽는 이유가 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고 비싼 티켓을 살 형편은 아닐 때, 생각과 느낌을 잠시 현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영화는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불러준다.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함께 조명이 꺼진 상영관에서 빛으로 쏜 스크린에 펼쳐진 허구의 세상으로 다녀오는 일이란 매번 신기한 경험이다. 그리고 이 경험을 1년에 한 번씩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영화제라는 축제고 제주에서는 프랑스영화제가 열린다.

재미있는 일은 제주프랑스영화제의 타이틀을 듣는 사람마다 반응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영화제를 생각해 냈느냐고 묻는 사람, 다른 지역도 아닌 제주에서 개최된다는 게 뜻밖이라는 사람, 이 영화제를 지속해 온 에너지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하다는 사람 등, 질문이든 반응이든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제주에서 열리는 프랑스영화제는 2011년 4월에 소박하게 시작돼 같은 해 11월에 제2회를 치렀다. 그리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한 성과로 올해는 11월 2일부터 '제14회 제주프랑스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예산과 인력이 늘 부족한 것은 다른 문화예술사업을 하는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 영화제가 14회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사람들이다. (사)제주영상위원회를 만들고 운영했던 故 임원식 감독, 영화평론계의 원로 김종원 영화평론가,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 양윤호 감독, 임찬익 감독, 모지은 감독, 고훈 감독, 문숙희 감독, 문재웅 감독, 이관주 감독, 김기완 감독, 양정환 감독, 이상목 감독, 문희경 배우, 제주독립영화협회 고혁진 대표, 연극인 부부 강상훈과 정민자, 김영진 소믈리에 등 제주프랑스영화제를 함께 일구어 온 이들은 다름 아닌 제주의 사람들이다.

제주를 지키고 있든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활동하고 있든 그들은 같은 마음으로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지지하고 참여해 온 동지들이다. 그들은 이 영화제의 지난한 성장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이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영화제가 왜 필요한지,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왔다는 사실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이 영화제를 함께 키워온 또 다른 이들은 제주의 청년들이다. 국제적 행사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의지로 운영요원으로 활동하는 그들은 관객에게 즐겁고 행복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젊은 에너지다. 지역의 글로벌 인재가 돼 장차 감독 또는 기획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실 분들은 11월 6일까지 개최되는 '제14회 제주프랑스영화제'에서 만납시다!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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