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감-시조] 천윤우 "멈추지 않아 닿을 수 있었다"

[2024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감-시조] 천윤우 "멈추지 않아 닿을 수 있었다"
  • 입력 : 2024. 01.02(화) 00:00  수정 : 2024. 01. 02(화) 16:36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가지 않은 길" 떠올려 본다. 가난을 핑계로 놓아버린 화가의 길 어른거린다. 이제 시조로 뜻 깊은 그림 그리고 싶다.

출근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때 입원한 60일이 시조와 현대시를 만나는 계기가 됐다. 그 뒤 문학에 대한 부족한 부분 채우려 2009년 만학에 도전하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과정을 수료했다. 한번 타오른 시의 불꽃 꺼지지 않아 '시인의 바다' 닿으려 달린지 17년! 바라던 시조시인의 길에 설 수 있었다.

배터리를 교체하러 가는 길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선정됐다는 한라일보 담당자님의 전화였다. 비로소 선비로 입문한 것 같아 기뻤다. 돌아보면 우리 고유 시조가 그랬다. 3장 6구의 단단한 율격에 철학적 사유를 담은 글에는 고아한 향기가 난다. 숨을 불어넣은 오랜 문장에는 역사가 꿈틀거린다. 행간은 산을 품은 운무 같아서 읊조릴수록 깊어진다. 시가 산으로 오르는 것이라면, 시조는 마음까지 내려놓아야 닿는 해탈에 가깝다.

'민달팽이 길'에 따뜻하게 손 내밀어주신 심사위원 김정숙, 김연미, 고정국, 한희정 시조시인님께 감사의 마음 올린다. 새삼 돌아보니 지난 글이 부끄러워진다. '다시 시작하라, 정진하라'는 말씀으로 겸허히 받아 안는다.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손종흠 교수님, 2009학번 학우 및 선·후배님. 모든 지인들께 감사의 마음 전한다.

긴 세월 묵묵히 동행해준 아내와 아들, 딸에게 못한 말,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1960년 울산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