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소매치기와 스미싱(SMiShing)

[현영종의 백록담] 소매치기와 스미싱(SMiShing)
  • 입력 : 2024. 01.15(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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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얼마 전 서울 지하철에서 소매치기 행각을 벌인 러시아인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지하철에서 2명의 여성으로부터 현금·상품권 등 시가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잠복·미행 끝에 닷새 만에 이들을 검거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소매치기 주의'라고 적힌 간판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관광지에 간판이 내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소매치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여행길에 소매치기를 당하면 소지한 현금·카드는 물론 여권까지 잃어버릴 수 있어 여행길이 고역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젊은층들 사이에선 도난방지 기능이 장착된 가방 등 소매치기 예방 아이템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렸던 적이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히 소매치기 천국이었다. 그들은 지하철·버스 등에서 혼잡한 틈을 타 돈이나 귀중품을 훔쳤다. 노인·아녀자라고 무사할 수 없었다. 월급을 봉투로 수령한 직장인에서부터 병원비를 마련해 돌아가던 주부, 자식 학자금을 들고 상경한 촌로까지 무차별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됐다.

이제 소매치기는 멸종 단계다. 현금을 직접 주고받는 대신에 계좌이체를, 현금 대신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소매치기 생태계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CCTV의 발달도 한몫을 했다. 범행에 성공해도 경찰의 추적은 피해 갈 수 없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소매치기 범죄는 2011년 2378건에서 2019년엔 535건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그들의 설자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최근엔 '스미싱'이 기승이다. 스미싱이란 '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새로운 휴대폰 해킹 기법이다. 휴대폰 사용자에게 웹사이트 링크를 포함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휴대폰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트로이 목마를 주입해 휴대폰을 통제하며 개인정보를 빼내간다. 이 정보를 이용, 단시간 안에 전자거래로 가능한 최대의 돈을 빠르게 빼간다. 최근 5년 간 15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두 1조7550억원의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를 입었다. 1인당 1200만원 꼴로 피해를 본 셈이다.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 조직 '민준파'의 총책 A씨에게 역대 최장기 형량인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 삼아 560명으로부터 10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거돼 재판을 받아 왔다. 은닉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도 병행됐다. 검찰·사법부는 기소·판결을 통해 피싱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피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범죄가 발 붙일 수 없도록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금융계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끝까지 추적,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검·경의 수사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범죄 척결을 위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다. <현영종 경제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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