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해병대 사격장 공사 "일방 추진" 반발

서귀포시 대정읍 해병대 사격장 공사 "일방 추진" 반발
해병대 "제주도 유일 자동화 사격장… 안전 확보 위해 보강"
지역주민들 "대화 없이 영구 시설 통보… 장기 이설 계획을"
내달 1일 착공 예정 속 참석자들 국방부 참여 협의체 구성 요구
  • 입력 : 2024. 02.27(화) 17:26  수정 : 2024. 02. 28(수) 15:1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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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제9여단 주관으로 27일 오후 대정읍사무소에서 사격장 보강 공사 주민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 해병대 사격장 보강 계획을 놓고 지역에서 반발하고 있다. 사격장으로 오랜 기간 피해를 입었던 지역주민들에게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영구적인 시설 설치를 통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병대 제9여단 주관으로 27일 오후 대정읍사무소에서 열린 사격장 공사 설명회를 찾은 지역주민들은 오는 3월 1일 예정된 착공을 연기하고 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해병대 측은 설명회 자료에서 1986년 11월 준공된 약 8700평 규모의 제주도 유일 자동화 사격장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해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과 2021년에 도비탄(물체를 맞고 튕겨나간 탄두) 사고에 따라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 72억여 원(관급 자재 별도 계약 제외)을 투입해 외부 방호벽 등 2025년 9월까지 공사를 진행한다는 거였다. 이들은 준공 후 기대 효과로 안전한 사격 훈련, 유동 인원 증가로 인한 마을 경제 활성화 등을 꼽았다.

대정읍 일대에 걸린 사격장 보강 공사 반대 현수막 중 하나.

그러나 참석자들은 착공일을 불과 3일 앞두고 마련된 주민 설명회에 대해 "밀어붙이기식"이라며 납득할 만한 대책을 주문했다. 60대라고 나이를 밝힌 한 참석자는 "사격장 주변 도로는 연 36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영구히 사격장을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총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후세대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조건이 충족된다면 어느 시기에 어떻게 옮긴다는 합리적 이설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그러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70년 넘게 군사 지역으로 묶여 피해를 많이 봤다"는 대정읍의 또 다른 참석자는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소각장을 지으려고 해도 상생 방안을 토론하지 않나. 공사를 하기 전에 군과 민이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정읍이 지역구인 양병우 제주도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국방부 관계자가 단 1명도 없다"면서 "착공 일정을 미루고 책임 있는 답변이 가능한 분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해병대 제9여단 관계자는 "시기가 촉박한 가운데 설명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부대 차원에서는 이설 계획이나 공사를 늦추는 부분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오늘 나온 내용들은 국방부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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